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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에서 불고 있는 K열풍을 상징하는 식당 중 하나가 ‘요리(YORI)’라는 곳이다. 삼성전자를 퇴직한 후 기업을 하듯이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주인장이 맹렬하게 지점을 확장 중이다. ‘요리’의 김종순(41) 사장은 삼성전자 유럽총괄에 다니다 4년 전 런던 한복판 피커딜리에 50석 규모의 한식당을 열었다. 1호점 이후 5년 만에 지점 9개를 열어 성업 중이고 지금 10호 개점을 준비 중이다. 영국 한류를 이끌고 있다고 자부하는 김종순 사장을 만나봤다.
   
   - 현재 ‘요리’ 지점이 어디에 있나. “피커딜리 1호점을 시작으로 코벤트가든, 윔블던 등 8개가 런던에 있다. 런던 밖으로는 케임브리지 9호점을 열어 성황 중이고, 히드로공항 근처 스테인스에 10호점을 곧 연다. 런던 시내 백화점에서도 개점 요청이 와서 준비 중이다.”
   
   - 몇 개까지 지점을 열려고 생각 중인가. “런던 시내에는 이미 한식당이 200여개 있지만 지금도 많은 한식당이 개점을 준비 중인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런던을 벗어나 지방으로 진출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케임브리지점이었다. 개점 전 공사를 할 때 지나가던 행인이 런던의 그 ‘요리’가 여기 생기냐고 물을 정도로 관심을 쏟아 주었다. 덕분에 정식 개점 3일 전부터 ‘딜리버루’(포장배달 앱 업체)를 통해 판매가 이뤄졌는데 주방이 음식을 못 만들 정도로 인기였다. 개점 첫날부터 만석을 이루었다. 용기를 얻어 지방 도시 몇 곳에서도 개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현재 한식이 영국에서 어떤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하나. “아직도 시작 단계이다. 특히 지방에는 제대로 된 한식당이 없는 곳도 수두룩하다. 영국에서 한식당은 정점으로 가는 길을 이제 10%나 왔을까 생각한다. 영화 ‘기생충’ ‘오징어게임’과 아이돌그룹 BTS 등이 일으킨 K문화 열풍이 한식의 인기를 촉발한 이유도 있지만, 이제는 그 선을 넘어서서 정말 한식 자체가 그동안 영국인의 외식 입맛을 책임지던 인도·중국 요리를 넘어설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 ‘요리’가 가진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요리’의 장점은 테이블마다 비치된 불판이다. 영국인들이 스스로 갈비, 불고기, 등심 등을 구워 먹는 방식과 새로운 맛에 반해서 한 번 오면 계속 온다. 거기다가 K서비스도 그들을 사로잡는다. 손님들에게 고개 숙여 정중하게 하는 우리식 인사나 단골에게 ‘아무런 이유 없는 서비스’로 주는 소주 한 병이 그렇다. 식사를 한 뒤 매니저가 가서 음식이 입맛에 맞았는지 물어보는데 이때 손님이 특정 요리는 별로라고 답하면 이유를 물은 다음 매니저 재량으로 그 요리는 계산서에서 뺀다. 한국인 특유의 친밀한 K서비스를 활용해 단골을 만들어 가고 있다.”
   
   - ‘요리’의 맛은 현지인 입맛에 맞추려고 노력을 하나, 아니면 한식 고유의 맛을 고집하나. “한식은 한식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식이 현지화된다는 말은 주방장 각자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식으로 변형시킨다는 뜻인데 그 기준을 누가 정하는가? 그렇게 변한 한식을 한식이라고 할 수 있는가? 주방장이 바뀌어 맛이 변하면 손님들은 맛이 바뀌었다면서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요리’는 맛이 항상 일정하고 모든 지점이 같은 맛을 균일하게 낼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어 시스템화해서 운영한다. 각종 요리 소스와 양념을 정형화해 거기에 맞추어 요리를 만들어내기에 항상 같은 맛을 유지한다. 한식은 손맛이라고 하지만 손에 따라 맛이 변한다면 식당 음식으로는 불합격이다. 손이 많이 가는 요리 방식을 지양하고 쉽게 요리할 수 있는 방식을 주방에 도입하기 위해 계속 연구하는 중이다.”
   
 
 
 
   - 식당 운영에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 “역시 사람이다. 옛날과 달리 한국에서 고용허가 비자를 받아 요리사를 데려오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그래서 현지인을 쓸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 9개 지점 중 1곳만 한국인 주방장이고 나머지는 모두 외국인이다. 하지만 매뉴얼이 있고 소스와 양념을 만들어 놓았으니 그냥 거기에 따라 만들면 된다. ‘요리’에는 현재 240명이 근무하는데 80%가 현지인이다. 영국인을 비롯해 인도인 등등 다국적군이다. 그들을 잘 훈련시켜 지점을 늘려 가는 데 대처하고 있다. 예를 들면 주방장이 부주방장을 잘 훈련시켜 새 지점에 주방장으로 쓸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상여금을 주는 식이다. ‘요리’에 들어올 때는 전혀 한식 요리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처음부터 배워서 주방장까지 올라간다.”
   
   - 타고난 입맛이라는 게 있는데 어떻게 외국인 주방장이 한식을 만들 수가 있나. “그게 가능하다. 처음부터 가르쳤다. 한식에 대한 사전 지식도 없고, 배워본 적도 없고, 더군다나 한식 요리를 해본 적이 없어도 교육과 훈련을 통해 요리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어떻게 8개 지점 주방장 모두 외국인이 맡을 수 있었겠는가? 이들은 요리를 하면서 요령을 피우지 않는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철저하게 자신의 일에 열중한다.”
   
   - 올해 매출액을 얼마로 예측하나. “이제 영국은 코로나 제한이 완전히 풀렸다.(입국 때 백신 접종 여부도 묻지 않고 PCR 검사도 요구하지 않는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도 없다.) 이제부터는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간다고 보고 내년 3월 말까지 매출을 1200만파운드(약 200억원)로 잡고 있다. 10개 지점을 12개월로 나누면 한 달에 10만파운드, 이를 30일로 나누면 하루에 3300파운드(약 55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인 셈이다. 내년 말까지 11호, 12호점을 또 연다면 매출이 더 올라가리라 본다.”
   
   - 혹시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나. “한국의 한식 요리 전문가들이나 대형 전문점과 연계하는 방법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좀 더 깊은 한식의 맛을 배울 수 있을 듯하다. 메뉴도 늘려 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어떤 방식으로 한식을 홍보하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소셜미디어다. 예를 들면 ‘요리’의 구글 리뷰는 세계 한식당 중에서도 단연 1위이다. 음식 평점도 4.1, 4.2인 다른 한식당들에 비해 모든 지점이 4.6으로 높다. 외국인이 80%인 우리 종업원들이 만들어낸 결과인데 놀랍지 않은가. 난 자랑스럽다. 우리 ‘요리’ 손님의 5%만 한국인이다.”
   
   - 모두 직영인데 프랜차이즈 계획은 없나. “안 그래도 여러 나라에서 문의가 온다. 얼마 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요리’ 이름만 좀 쓸 수 없느냐는 문의도 온다. 모두 구글 리뷰의 명성을 부러워한 덕분이다. 아직 프랜차이즈는 준비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전국 도시에 지점을 여는 방법으로 본사에서 개점을 해주고 ‘요리’에서 고생하는 주방장들이 ‘오너 셰프’ 형식으로 창업하는 것을 지원하려고 한다. 그렇게 모든 직원이 꿈을 가지고 근무할 수 있게 도울 생각이다.”
   
 
   
 
 
 
 
 
영국 K열풍의 현주소
  
 BTS 공연, 영국 1000여개 스크린을 점령하다
   
 
 
   요즘 영국에서 일고 있는 ‘K열풍’을 얘기하면서 필자 가족을 언급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필자의 아이들은 영국에서 태어났거나, 아주 어렸을 때 영국으로 건너온 사실상 영국인이다. 그런 아이들이 요즘 K열풍의 전도사가 됐다. K열풍은 이제 한국 언론의 ‘국뽕’이 아니라는 점을 영국 현지 상황을 통해 밝히려고 한다.
   
   토요일이던 지난 3월 12일 런던 극장의 대형 스크린 앞에서 평생 두 번째로 ‘심쿵’하는 경험을 했다. 바로 BTS 서울 공연 실황 중계를 보면서였다. 7명의 한국 청년 공연을 런던의 극장에서 영국인들의 환호와 박수 속에 보고 있자니 조금 과장하면 환상 같았다. 60대의 나이에 공연 영상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오르는 일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굴렁쇠 소년’을 본 이후 처음이었다. 7살 소년이 굴렁쇠를 굴리는 장면을 영국에서 봤을 때의 기분은 자랑스럽다는 말을 떠나 거의 무아지경이었다. 화려하고 거대한 개막식만 생각하고 있을 때 한국화의 여백과 침묵을 닮은 반전의 발상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BTS의 영국 극장 공연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타국 문화에 냉담하고 무심하기로 유명한 영국인들이 전국 300여개 극장의 1000여개 스크린 앞에 몰려들었다. 이들은 BTS의 눈짓 하나, 몸짓 하나에 환호하면서 자지러졌다. 어렵게 코로나를 이겨낸 현지인들이 빅 스크린과 홀을 메우는 음악을 통해 모두 친구가 돼 서로에게서 위안을 받는 모습도 감동이었다. 그런 소통의 장을 한국의 아름다운 청년들이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은 더 감동이었다.
   
   공연을 보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중년의 딸 덕분이다. 필자 부부를 ‘아미’까지는 몰라도 팬으로 끌어넣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버젓한 직장을 다니면서 겸업으로 런던 구의원(councillor)을 하며 지구당 원내총무까지 맡고 있는 딸은 아미다. 그동안 한국 보이밴드에 무심하더니 갑자기 BTS에 빠져 난리도 아니다. 그 덕분에 서툴던 한국말도 완벽해져서 얼마 전 한국 방송국 인터뷰 때 능숙하게 한국말로 인터뷰를 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BTS에게 다시 한번 감사했다. 음식 취향만 보면 딸은 제육볶음과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영락없는 한국인이지만, 그동안 한국 음악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왔다. 자신과 정서가 너무 안 맞는다고 했다. 그러던 딸이 BTS의 음악만은 너무 좋고 영국 감성에도 잘 어울린다고 한다. BTS의 생활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면서 그들의 순수성과 우정이 너무 좋아서 반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그들이 한국인이어서 더욱 좋다고 한다.
   
   필자가 굳이 딸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BTS의 음악이 진짜 세계인의 감성에 어울릴 수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다. 필자의 딸은 3살 때 영국으로 왔다. 영국에서 크고 교육받았다. 5살부터 매년 여름방학을 한국에서 보내 그나마 한국어를 하지만 그래도 한국 문화에는 유독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나이 들어 갑자기 BTS에 ‘미쳐’ 부모까지 팬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딸은 “서양 여자들은 동양 남자들한테 섹시하다는 느낌을 못 받는다”고 말하곤 했는데 그런 생각도 BTS 덕분에 바뀌기 시작한 듯하다. 이 말은 이제 한국이 그동안 취약했던 대중 영화에서도 가능성이 보인다는 뜻일지 모른다. 그동안 한국 영화가 각종 영화제에서는 상을 받았지만 대중적 인기를 누린 것은 아니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동양 남자가 섹시하다고 못 느끼는 서양인, 특히 서양 여자들 탓이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만일 한국 남자 가수들을 시작으로 배우들까지 서양인들에게 매력이 어필되기 시작하면 한국 대중문화의 서양 진출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지금 영국에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K-pop’, ‘K-Drama’, ‘K-Movie’ 등에 관해 이루 다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가 뜬다. 이런 K문화를 파는 인터넷 상점뿐 아니라 실제 상점도 상당히 많다. HMV 음반점이나 음악 스트리밍 웹에는 아예 K-Pop 섹션도 있다. 이제는 일부에서 즐기는 컬트 문화가 더 이상 아니라는 의미다.
   
 주간조선
 
 
 

권석하
 

재영 칼럼니스트.
보라여행사 대표. IM컨설팅 대표.
영국 공인 문화예술해설사.
저서: 유럽문화탐사(2015), 두터운유럽(2021)
영국인 발견(2010), 영국인 재발견1,2 (2013/2015)
연재: 주간조선 권석하의 영국통신, 조선일보 권석하의 런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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