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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난 컬럼에 이어서 부모로서 내가 아이에게 무엇으로 존재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글에서 부모의 존재를 『걸림돌 부모와 디딤돌 부모』, 『정비사 부모와 정원사 부모』의 대비되는 이미지로 비추어 보면서 자신이 아이에게 어떤 부모인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은 다른 비유를 통해 우리 시대의 왜곡된 부모상을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수사관 부모
왜곡된 부모의 첫 번째 유형은『수사관 부모』 입니다. 10살 즈음의 자녀를 둔 엄마에게 자주 목격되는 유형입니다. 수사관 부모는 자녀에게서 무언가를 자꾸 알아내려고 합니다. 아이의 가방을 뒤지고, 아이의 뒤를 캐고 조사하려고 합니다. 아이가 학교에 가서 무엇을 했고 누구를 만났는지를 부모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내 아이가 ‘부모 몰래 딴 짓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나, 무심결에 아이를 의심하게 될 때가 있지 않습니까? 아이에 대한 의심이 생기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부모는 수사관이 되어있습니다. 학교에서 조금 늦게 오면 “너 어디서 뭐하다가 왔어? 똑바로 말해!”라고 합니다. 사람들로부터 아이에 대한나쁜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이 녀석 오늘 딱 걸렸어!”라며 아이를 보자마자 다그칩니다. 이런 부모와 사는 아이는 어떨까요? 항상 나를 의심하고, 무슨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고, 부모가 나에 대해서 뒷조사를 하기 때문에 항상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수사관부모와 같이 사는 아이는 숨겨야 할 것이 많습니다. 들키면 혼나니까 조금이라도 더 잘 숨겨야 하죠. 아이의 관심사는 온통 ‘어떻게 하면 부모에게 들키지 않을까?’에 쏠려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부모 모르게 친구들과 놀 수 있을까?’와 같은 쉬운 비밀스런 행동을 고민하느라 공부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아이는 이런 탐정놀이를 하다 소중한 사춘기를 휙 보내 버립니다.
 
 
 
필자에게 “아이가 자주 가출을 하고, 수시로 친구 집에서 잔다며 집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아요” 라며 한 여성분이 찾아왔습니다. 아이에게 문자를 해도 답이 없고, 집에 와도 엄마와 말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아이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필자가 “어떤 문자를 보내세요?” 라고 물으니 “너 어디야?”,“언제 올거야?”, “지금 누구랑 같이 있어?” 등의 내용이라고 합니다. “이런 문자를 받으면 아이는 어떤 생각이 들까요? “ 라고 다시 물으니 “엄마가 또 날 감시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겠죠.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아이를 저렇게 그냥 놔둘 수는 없잖아요. 이렇게라도 해서 잡아놔야죠.” 다른 엄마들처럼 이 분도 아이를 위하는 마음은 참 대단한 분이었습니다. 
필자가 아이를 만났을 때, 아이는“엄마의 감시와 잔소리가 칠판을 손톱으로 쫙 긁는 느낌 같이 끔찍해요. 그래서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요.”라며 필자에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필자도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죠. 
이 경우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아이가 가출하는 것이 문제였을까요? 아니면 엄마가 의심하고 감시하는 것이 문제였을까요? 
 
필자가 다시 엄마를 만나서 아이와 나눈 이야기를 전하면서. 
“엄마는 아이에게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요? 믿어주는 사람이어야 할까요? 의심하는 사람이어야 할까요?”
“물론 믿어주는 사람이죠. 그런데 아이가 믿을만한 행동을 하지 않아요.”
“그렇군요, 아이를 믿고 싶어도 싶을 수 없는 거군요. 만약 내가 죄를 지어서 세상사람들이 다 나를 나쁜 놈이라고 말하고, ‘저 인간은 믿을 수 없어’라고 말할 땐 ‘그렇지 않아. 그래도 이 아이는 착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야’ 라고 말하면서 나를 변호하고 끝까지 믿어줄 수 있는 사람이 혹시 있다면 누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한참 침묵 후에) “부모라면 그럴 수 있겠죠.아니 부모라면 당연히 그래야 할 것 같아요”
“그렇군요. 그러면 나는 어떻습니까?”
(흐느끼면서) “생각해 보니 제가 참 나쁜 엄마였던 것 같아요. 아이가 학교에서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말을 들었을 때, 아이를 믿어주고 지켜주기는커녕 엄마가 아이에게 가장 먼저 돌을 던졌던 것 같아요. 아이는 지금 자기를 가장 믿지 않는 사람이 엄마라고 생각할 거에요. 아이가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어쩌죠?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요. 전 엄마의 자격이 없네요.”
“그렇게 자책하실 필요는 없어요. 우리는 누구나 쉽게 그렇게 내가 누구인지를 모르고 행동할 때가 많아요.부모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데 그걸 망각하는 거죠. 지금 큰 깨달음을 얻으셨으니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겠군요. 앞으로 어떤 부모로 변화하고 싶으세요?”
“일단, 무조건 믿어주는 부모가 될 거에요.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해도 ‘엄마는 끝까지 날 믿는다’는 것을 아이가 알도록 할 거에요.”
“멋지네요. 아이에게 좋은 일이 생겼네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 지 기대가 되는군요”
 
며칠 후에 필자는 엄마로부터 “아이가 밖에서 자고 들어오는 일이 없어졌어요. 문자를 보내면 즉시 답장도 보내주고, 어떻게 이렇게 달라질 수 있죠?”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죠. 의심하는 부모와 사는 아이와 믿어주는 부모와 사는 아이의 행동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어요?”
이렇게 부모가 아이에게 다른사람으로 다가가면 아이도 다른 사람이 되어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재판관 부모
또 다른 왜곡된 부모상은 『재판관 부모』입니다. 주로 권위적인 아빠들 중에 많이 발견되는 유형입니다. 재판관 부모는 아이를 판단하고 평가하려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잘못된 행동을 보이면 그것을 단죄하려고 듭니다. 주로 “네가 이런 잘못을 했으니까, 이런 벌을 받아야 해”라고 말합니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사랑과 용서, 관용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행동으로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고민하고 전전긍긍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행동에 제약을 많이 받기 때문에,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자기가 책임져야 할 일을 하는 것을 꺼리게 됩니다. 그러다가 혼나고 처벌받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죠. 자신을 단죄하는 부모와 사는 세상이 그렇게 편안할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세상을 살아갈 때 항상 경계하고, 조심하고, 책임질 일은 피하고, 소극적으로 사는 경향을 갖게 됩니다. 지금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맞지 않는 성향이죠.
 
수사관 부모나 재판관 부모 이외에도 자녀를 원격 조정하는 『리모콘 부모』, 아이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시중을 드는 『몸종 부모』 등 자녀에게 내가 어떤 부모여야 하는 지를 망각하고 있는 왜곡된 부모상들이 있습니다.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먼저 거울을 통해 현재 자신의 부모상을 비추어 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왜곡된 모습이 있다면, 잘못 입혀진 누더기 옷을 벗어버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으면 됩니다. 어떤 멋진 옷을 입을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당신과 가족의 행복한 성장을 응원합니다.
 
 
 
 
 
 
이성훈 / 브리티시코칭센터 대표코치
shone@ukcoachi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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