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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발견- 유머 규칙

hherald 2012.10.22 18:47 조회 수 : 1403



유머 규칙

돈으로 생긴 문제들 말고도 요즘 두 가족이 개입되는 의례에는 늘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한쪽 부모가 이혼했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 혹은 재혼했거나 새로운 상대와 동거를 하여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결혼에서 낳은 아이가 있을 수도 있다. 
비록 아무도 주정 부리지 않고, 좌석 배치나 이동용 자동차 수배 때문에 화가 안 났어도, 혹은 신랑 들러리의 인사말에 문제가 없어도, 꼭 누군가의 입에서 무슨 말이가 나와서 창피하고 곤혹스러운 일이 생기고야 마는 것이 결혼식이다. 나는 다섯 살 때 처음으로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그때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었다. 부모님은 나와 내 동생에게 이 중요한 통과의례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셨다. 아버지는 우리를 앉혀놓고 짝짓기, 다른 문화권의 결혼식 풍습과 순서를 묘사하면서 외가 쪽 고종사촌 간 결혼의 복잡함도 설명해주셨다. 어머니는 성교육을 했다.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는지를 비롯, 섹스에 관한 조기교육을 시키신 것이다. 내 동생들은 세 살과 네 살이었으니 관심을 가지기에는 너무 어렸지만 나는 못에 박힌 듯이 집중해서 들었다. 다음 날 교회에서 의식에 매료되었는데, 어느 땐가 잠시 침묵(아마 '이 결혼에 반대하는 사람은 지금 얘기하고 아니면 영원히 가만히 있으라'는 얘기할때가 아니었나 한다)이 흐르자, 나는 어머니에게 얼굴을 돌려 크고 날카로운 속삭임으로 "이제 저 남자가 씨를 집어넣는 거야?"라고 물었다,
나는 그 이후 몇 년간 결혼식에 참석을 못 했다. 그건 좀 심한 것 같았다. 왜냐하면 나는 정확하게 요점을 파악한 거고, 단지 순서를 잘못 잡은 것뿐이었는데 말이다. 내가 기억하는 다음 결혼식은 미국에서 열렸다. 아버지의 두번째 결혼이었다. 나는 여덟살인가 아홉살이었다. 이번에는 이미 둘로 갈라진 가족관계와 부계거주 대 모계거주 형태가 어떻고 하는 이혼 관련 법률 용어 강의를 할 정도였다. 그렇다고 그것이 나를 예식도중 가장 엄숙한 순간에 참을 수 없이 갑작스럽게 터져나온 웃음(다행이도 그리 큰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나는 그때 자신이 너무 애같이 굴어 정말 창피했다 (아버지는 항상 "아이처럼 굴지 마라"고 얘기 하셨다. 지금 나는 참을 수 없었던 내 웃음이 아주 영국인다운 반응이었다고 느낀다. 우리는 엄숙함이 불편하고 좀 가소롭다고 느낀다. 가장 진지하고, 공식적이며, 심각한 분위기의 예식에서 우리는 웃고 싶어진다. 이는 긴장되고 거북한 웃음이다. 그리고 반사작용으로 터져나오는 유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머는 난처한 상황을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방안이다. 유머는 난처한 상황을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방안이다. 그리고 폭소는 사교불편증을 해결하는 기본 수단이다. 
영국인의 결혼피로연은, 다른 통과의례와 마찬가지로 폭소로 뒤덮인다. 거의 모든 대화는 과장된 유머이거나 유머가 내포된 말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아주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떤 사람은 정말 기분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조차도 영국 유머의 불문율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 규칙은 너무 깊게 각인되어 있어, 우리는 생각하지 않았고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자동으로 튀어나와 제어가 불가능한 충동이 되어버렸다.

장례 의례

그것 때문에 우리가 장례식을 치르는 데 큰 문제가 생긴다. 이 세상에서 영국 장례식만큼 딱딱하고 형식적이며 불편하고 견딜수 없으리만치 어색한 장례식은 많지 않다. 

유머 생체해부의 규칙

장례식에서 우리는 기본 문제 대처 기능을 정지시켜야한다. 보통의 유머와 폭소는 정말 슬픈 경우에는 분명히 적절하지 않다. 다른 경우, 예를 들어 놀라거나 혼이 났을 때도, 우리는 끊이지 않고 죽음에 대해 농담을 한다. 그러나 장례식에서 이는 불경스럽고 적절하지 못하다. 도를 넘은 농담은 찡그린 미소나 불러일으킨다. 농담이 없으면 우리는 발가벗겨져 비보호 상태가 되고, 사교술의 미숙함을 만천하에 노출한다. 
이런 우리를 지켜보는 일은 매혹적인 동시에 고통스럽다. 잔인한 해부학자의 동물 행태 실험 같다. 장례식에서 영국인을 보는 것은 등딱지가 벗겨진 거북이를 보는 것 같다. 반사적인 유머를 거부 당한 우리는 아주 취약하고 중요한 기관 하나가 제거된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이 그렇다. 유머는 이렇게 영국인의 성격에 뿌리박혀 있는데 사용을 금지(혹은 아주 엄격하게 규제)하면 우리는 정신적으로 한쪽 팔을 잘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간단히 말해 유머 없이는 사교행위를 할 수 없다. 영국인의 유머 규칙은 기본적으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실린 표제어의 네번째 의미, 즉 ;보통 또는 사물의 정상적인 상태'이다. 팔이 있는 상태 혹은 정상으로 숨을 쉬는 상태와 같은 것이다. 장례식에서 우리는 이를 박탈 당했으니 어찌할꼬. 빈정거리지도 못 하고! 거짓 장난도 못 하고! 야유도 못 하고! 놀리지도 못 하고! 유머러스하게 낮추어 말하지도 못 하고! 말장난이나 중의어도 금지라니! 세상에 그럼 우리보고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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