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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필자가 영국으로 이주하기 위해 한국 집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던 때의 일입니다. 같은 집에서 15년 이상을 살았기 때문에 가구나 가전 제품 뿐 아니라 “이런 것도 있었나?” 싶은 물건들이 집안 구석구석에서 튀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들을 하나 하나 챙겨서 버리기도 하고 벼룩시장에 올려서 팔기도 하면서 발견한 사실이 있습니다. 10년 이상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이 거의 2/3나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집안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니! 이 물건들이 없었다면 집안에서 훨씬 깨끗하고 넓게 살았을 텐데.”가구, 가전제품은 물론 오래된 옷가지들과 필자가 아끼던 책들까지 모두 처분하면서그것들이 하나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오랫동안묶여있던 사슬에서 풀려난 것처럼 홀가분하고 자유로워 졌습니다. 
“갖고 있던 물건들로부터 풀려난 자유” 그 느낌이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우리는 살면서 내 것을 갖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살아갑니다. 내 집, 내 차, 내 옷, 내 책 등 크고 작은 물건 들에 『내 것』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싶어합니다. 필요한 것들이 충분이 있는데도 계속 더 가지려고 합니다. 옷장이 꽉 차있어도 옷을 사고, 집안에 발 디딜 틈이 없이 물건들로 가득차있어도 여전히 물건을 사는데 열중합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끊임없이 가지려고만 할까요? 
그것은 사람들이 자신과 자신이 소유한 것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와 ‘내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차에 흠집이 나면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와 내 차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더 많이 소유한 사람이 더 나은 사람인 것처럼 착각합니다.그래서 부자와 가난뱅이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부자라는 말에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가진 돈이 많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지요. 그런데 ‘부자 = 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가진 것이 없어지면 ‘나’도 없어집니다. 그래서 더 가지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살아갑니다.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이행복 보다는 불행에 가까워 지는 것을 우리는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돈 문제로 가족간에 싸움이 일어나고 심지어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재벌가의 형제들이 재산문제로 서로 소송을 하고 싸우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되는 세상입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가질수록 더 싸우고 더 힘들어 하며 사는 것일까요?
불교의 ‘무소유’ 철학을 빌지 않아도 우리는 소유 때문에 인간의 삶이 구속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집을 가진 사람은 그 집에 살도록 구속되고, 차를 가진 사람은 그 차를 몰도록 구속됩니다. 집에화분이나 애완동물이 있는 사람은 그들을 보살피느라 멀리 여행도 다니지 못하게 구속됩니다. 이렇게 무엇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 것을 관리하는 책임이 주어져사람의 자유를 구속하게 됩니다.이렇게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아지게 되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는 시간이 줄어들고, 책임져야 할 것들에 시간을 빼앗기게 됩니다. 자신의 행복을 찾을 자유시간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원래 소유는 어떤 두 대상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A가 B에 속해져 있는 관계를 나타냅니다. 그런데 내가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온전히 소유한다는 것은 개념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집을 소유한다고 할 때, 내가 그 집이 주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집과 나의 관계를 집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집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집이 자신을 관리해줄 사람을 고용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집은 수 십년에서 수 백년을 지내는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 집을소유한 사람들은 수시로 바뀌기 마련입니다. 집이 보기에는 그 사람들이 자신의 주인이라기 보다는 자신을 가꾸고 깨끗하게 해주는 집사(관리인) 정도로 밖에는 여겨지지 않겠지요. 

사물이든 사람이든 다른 대상을 온전히 소유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저 상호간에 어떤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그저 일정 기간동안 배타적인사용관계를 맺는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어떤 것을 소유한다’는 생각 대신에 ‘그것과 관계를 맺는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 소유의 집, 차, 물건이 아니라 그 것들과 필요한 기간 동안 사용 관계를 맺는 것이지요. 새 차를 사면 차와 이렇게 이야기를 해 보세요. “우리 앞으로 잘 지내보자.”이런 관계 맺기를 하게 되면, 어느 날 차에 흠집이 나더라고 가슴이 찢어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다소의 안타까움이나 잘 관리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드는 정도일 것입니다.

소유의 구속에서 자유로워 지려면 관계를 잘 정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물건들을 잘 사용할 때 그것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됩니다. 사용하지 않으면 관계가 나빠집니다. 지금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해주세요. 벼룩시장이나 채리티 등은 물건들을 주기적으로 정리하는데 도움을 줍니다.가급적이면 소유하는 것을 줄이고 공유하는 것을 늘려보세요. 공유 경제라는 개념으로 소개되는 많은 서비스들을 활용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소유하려는 생각을 내려놓으세요. 당신은 행복할 자유를 얻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아름다운 성장을 응원합니다.

 

 

 

 

이성훈 / 브리티시코칭센터 대표코치
shone@ukcoachi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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