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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잘난척 하고 나설 때가 있었다.  음식점을 하는 친구가 음식 맛이 어떠냐고 물었을 때, 나는 짜다 맵다 나름 내 의겨을 말했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짜고 맵다는 표현은 싱겁게 먹고 매운것을 좋아하지 않는 내 입장에서의 표현일 뿐인데, 음식점 하는 친구가 혹 내 의견에 따라 주방장에게 보다 짜지 않게, 맴지 않게 음식을 하라고 한다면, 주방장의 입장에서 얼마나 당황스러워 했을까? 얼른 친구에게 연락해서, 내가 다른사람들 보다 싱겁고 맵지 않은 음식을 좋아하므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더 많이 참고하라고 했다. 
 
오래 전, 한 동료가 마음이 몹시 상해 있었다. 의뢰인 한 분이 모든 서류를 다 보자고 했단다. 물론 서류를 만들어 발송할 때는 의뢰인에게도 복사 본을 한 부씩 보낸다. 그런데 그 의뢰인이 왜 이런 표현을 썼는지, 왜 그런 단어을 써야 했는지, 그 질문이 방대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궁금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답을 해 주었더니, 차츰 차츰 그 요구가 너무 과하더란다. 결국 수임을 취소했단다.  “변호사 되시려면 법대 가셔서 공부를 하세요. 제가 교수가 아니라 모든 내용을 다 강의해 드릴 수는 없답니다. ”  
 
또 다른 동료는 수임 받은 일을 진행하고 있는 도중에 상대편 변호사의 연락을 받았단다. 혹 의뢰인으로부터 무슨 소식이 없었냐고? 무슨일인가 했더니, 양측이 변호사를 선임하고, 변호사들이 일을 진행하는 도중에, 당사자들이 합의를 해 버렸다는 것이다. 양측의 변호사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던 도중에, 의뢰인의 연락을 받고서는, 당사자들이 합의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았단다.
 
영측 변호사는 그 합의 내용을 확인하여 합의명령서를 작성하고 법원의 허락을 받으려고 내용을 물어보니, 합의에 이르렀다는 양측의 말이 달라지기 시작했단다. 한 쪽은 서로 용서하고 없었던 일로 하기로 합의 했다고 하고, 다른 한 쪽은 상대가 자신의 소송비용을 모두 지불하고, 자신에게 사과 하기로 했다고 하고. 서로의 합의 내용에 대한 기억이 달랐던 것이다. 
 
합의를 했을 경우 그 합의 내용을 서면으로 만들어 양측이 서명을 함으로서 합의 사실을 인정 할 수가 있다. 서면으로 작성하는 이유는, 이 처럼 합의의 내용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다른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합의에 이르렀지만 합의에 꼭 필요한 사항이 빠져 있는 경우가 있다.  합의에 대한 기본적인 몇 가지 내용은 꼭 서면으로 작성하여야 한다. 그러나 법률가가 아닌 당사자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내용을 상대가 받아 들였다는 생각을 할 뿐, 정확히 합의된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하기가 쉽겠는가? 더우기 합의에서 꼭 필요한 내용이 빠져 있다면?  그래서 그 합의는 서면으로 작성하여 법원의 허락을 받으려는 과정에서 사단이 나고 말았다. 
 
변호사에게 위임을 했을 경우, 변호사들이 제일 먼저 하는일이 합의를 시도해 보는거다. 그래서 변호사에게 이런 저런 조건으로 합의할 수 있다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주면 양측의 변호사들이 합의를 시도한다. 맡겨 두면 된다.  그러나 어디 마음이 그렇겠는가? 혹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일을 변호사가 수임료를 올리려고 일부러 합의를 깨지는 않을까?  혹 변호사가 상대로부터 돈을 먹고 나에게 불리한 합의를 하지는 않을까? 이런 저런 걱정에 서둘러 직접 합의를 시도하는 경우가 있나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전문가가 아닌 당사자들이 합의를 시도하고서는, 합의의 내용이 서로 달라서, 서면 작성을 않아서, 서면 작성을 했다 하더라도 분쟁의 여지가 많은 부분에 대해서 합의 하지 않아서, 결국에는 또 다른 분쟁과 소송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변호사가 편지를 쓸 때는, 이 다음 그 일이 해결되지 않아 재판으로 가게 될 경우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편지를 쓴다. 그냥 한 장 휘갈겨 쓴 편지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 편지 속에는 재판으로 갔을 때 필요한 증거들이 구석구석 자리잡고 있다. 그러니 그저 “편지 한장  써 주고 변호사 비용을 몇 백파운드 받아갔어. 도둑놈 같이”    라는 말은 적합치 않다. 그 편지 한장을 쓰기 위하여 그 사건을 모두 알아야 한다. 그리고 다툼이 초기 단계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법정에서 어떻게 진행이 되고, 상대는 어떤 증거를 들이댈건지, 무슨 주장을 할건지, 등을 모두 고려하여, 그에 맞추어 한 장의 편지를 쓰는 것이다.
 
그러니, 그러한 법률지식과 경험이 없는 비 법률전문가인 당사자들이 편지를 교환하면, 이후 법정에서 아주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는 내용을 던져주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겠는가? 간혹 의뢰를 받고서 내용을 살펴보다보면 당사자가 일을 대충 망쳐놓고 뒤늦게 변호사를 찾아 오는 경우가 있다.  물론 해결은 되겠지만, 돈과 시간은 더 들 수 밖에 무슨 수가 있으랴. 
 
혹, 나는 전문가의 의견을 받기도 전에 앞서서 말을 해 버리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는가? 아, 그리고보니 세금서류를 작성해야 하는구나.  얼른 회계사님께 전화드리고, 자료들을 정리해서 가져다 드려야겠다.
 
 김인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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