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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기억하기로는 내 생에 처음으로 독감 예방접종을 하였습니다. 주사 놓는 간호사 선생님께 기본적인 질문을 했습니다. 선생님은 적지 않게 당황하셨습니다. 질문한 사람도 당황했습니다. 왜 당황할까 생각해 보니 다 아는 사실을 질문했기 때문입니다. 예방접종은 어떤 약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를 약하게 만들어서 침투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 안에 있는 면역계를 자극하여 병원체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병균의 능력을 약화해 주사하는 것입니다. 마치 매일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실전에서 이기게 하는 이치입니다. 치료제를 주사 맞는 것이 아니라 병균을 주사 맞는 것이 예방접종입니다.

감기 정도는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심장의 한 부분이 작동하지 않아서 면역력이 급속도로 저하되었기에 작은 감기에도 큰 고통이 따를 것이라는 위협에 처음으로 예방접종을 했습니다. 절반 죽인 독감 바이러스를 내 몸 안으로 투입 시킨 것입니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생명을 좌지우지합니다. 전쟁으로 죽은 사람과 바이러스로 죽은 사람과는 과히 비교할 수 없습니다. 사람에게 위협을 주는 악한 바이러스도 있지만 좋은 영향을 주는 바이러스도 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규명할 수 없는 행복 바이러스입니다.

행복 바이러스는 세상 이물질이 침투할 수 없는 무균실에선 배양될 수 없습니다. 세균이 득실거리고 악영향을 주는 바이러스들이 창궐한 세상에서 행복 바이러스는 배양됩니다. 사람들은 희망합니다. 근심 걱정 없는 무균실에서 살기 원합니다. 근심 걱정 없는 무균실은 세상 그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어떤 분에게 기도 제목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분은 망설이더니 대답했습니다. ‘사실 지금이 너무 행복해요. 아이들도 속 썩이지 않고 잘 자라고 있고, 아빠의 사업도 잘되고 있어요. 그래서 이 상황이 계속되기를 기도해 주세요.’ 그의 기도 제목을 듣고는 제 마음에 이런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니까 한국교회가 이렇게 힘이 없지.’

신앙 목적이 근심 걱정 없게 살게 해 달라는 것이라는 수준에 머문다면 하등종교일 뿐입니다. 삶은 고통과 고난이라는 훈련의 장에서 거뜬히 견뎌내야 합니다. 근심 걱정이 없는 무균실이 있다 하더라도 그곳에서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행복을 느낀다면 그 행복은 거짓 행복이며 시한부적인 행복일 뿐입니다. 삶이란 자고로 근심과 걱정이 있어야 합니다. 크고 작은 문제들과 싸워 이겨낼 때 행복 바이러스는 무한대로 생성됩니다.
 
“크고 작은 문제를 잔뜩 짊어지고도 우리는 매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문제가 많다는 것은 내가 감당하고 이겨내고 싸워내야 할 기회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여울/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pp66-67/김영사2020)

사람의 크기는 푸른 초장에서 결정되지 않습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그의 됨됨이가 증명되어 집니다. 행복 바이러스 역시 그러합니다. 저런 환경에서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의문을 던질 만큼의 고통의 순간에서 행복 바이러스는 무한대로 배양됩니다. 고통을 피하면 더 큰 고통과 맞서게 됩니다. 작은 고통일 때 그것과 맞닥뜨려 싸워 이기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세상에는 이겨내지 못할 시련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길 수 있기에 그 시련이 오는 것이고 그것을 견뎌낼 때 더 큰 시련이라는 파도를 즐기면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게 됩니다. 더 큰 세상을 정복하기 위해서 지금의 작은 파도를 뛰어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절반 이상 죽인 독감 바이러스와 싸우는 훈련을 통해 진짜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싸워 이기게 됩니다.

 

박심원 목사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seemw

 

 

https://www.dropbox.com/s/30jk943gl4p3iud/HAHE-E01-S2-0426-031.pdf?d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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