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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오래전 시골을 방문했을 때의 기억입니다. 농부는 하소연하셨습니다. 50일 넘게 비가 내려서 밭농사를 망쳤다는 푸념이셨습니다. 마당엔 좋은 4륜 구동형 차량과 소형 차량, 트럭과 트랙터가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대략 한 시간가량 원망을 들었습니다. 들으면서 한 가지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슬며시 꺼냈습니다. 지금까지 농사를 지으면서 거부가 되신 것을 부각해드렸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대학을 졸업했으며 최고의 사륜구동 차량, 부인 차량, 농사할 수 있는 전용 트럭과 각종 트랙터……. 농기자재 이 모든 것을 갖춘 것이 농사 갑부라며 칭찬해 주었습니다. 그 말에 기분이 좋아지셨습니다. 그렇게 농사가 잘되었을 때 수입이 있어서 기계들을 구매할 때 감사를 표현했느냐 조심스레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셨습니다. 그럼 지금 50여 일 비가 오지 않아서 밭농사를 망쳤는데 누구를 향한 원망이냐고 물었더니 하늘이라 했습니다. 하늘에 감사한 적이 없는데 원망할 일이 생기지 않겠는가라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감사하지 않으면 원망할 일이 더 많이 생깁니다.” 착한 농부이기에 말의 뜻을 이해했습니다. 감사는 힘이 있을 때 해야 합니다. 잘 나갈 때 해야 합니다. 정상에 있을 때 해야 합니다. 윗사람이었을 때 해야 합니다. 여유가 있을 때 해야 합니다. 이는 마치 예금하는 것과 같습니다. 노숙자들은 예금할 수 없습니다. 한두 푼 수입으로 입에 풀칠하기 바쁩니다. 예금이란 여유자금이 있을 때 하는 것입니다. 마치 감사가 그러합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시킬 때면 종업원과 마주합니다. 종업원의 말투와 행동, 친절함은 마치 주인의 성품을 보는 듯합니다. 반대로 종업원의 태도 때문에 그냥 나가고 싶은 식당도 있습니다. 분명 주인도 그러할 것입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분이 계셨습니다. 수십 년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 장사하다 보니 수십억의 자산가가 되었습니다. 먹고 살 만하니 손님 대하는 것에 권태기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갈비탕을 팔지 않아도 누릴 수 있을 만큼 되었기에 운동을 즐기면서 가게를 비우기 시작했습니다. 음식 맛이 없다는 입소문이 순식간에 퍼졌습니다. 그 소문으로 고객이 뚝 끊겼을 때 주인은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잘 나갈 때, 수십억의 자산을 가졌을 때 감사하지 않았기에 지금 빈곤이 찾아 왔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갈비탕 한 그릇이 25억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저의 진단이었습니다. 갈비탕 팔아 생긴 수입이기에 지금 자산 총액이 갈비탕 한 그릇 값이기에 소중한 맘을 갈비탕에 담아야 하고, 식당을 찾는 고객들에게 감사한 맘으로 극진하게 섬겨야 함을 이야기했습니다.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다시 맛집으로 소문나서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잘 나갈 때 감사해야 합니다. 그래야 빈곤하고 원망할 일이 생길 때 그것을 극복할 힘을 비축해 놓게 됩니다.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말이 있습니다. 홍수에 말은 죽고 소는 산다는 뜻입니다. 홍수가 났을 때 힘이 있어서 달리기를 잘하는 말은 자신의 다리 힘줄을 믿고 물살을 거슬러 가려다 힘이 빠져 죽고, 소는 어차피 달릴 수 없으니 물살에 몸을 맡기고 떠내려가면서 조금씩 뭍으로 나가 목숨을 건진다는 의미입니다. 힘은 필요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힘 때문에 망하기도 합니다. 

비가 오지 않아도 걱정이지만 비가 많이 와도 걱정입니다. 비가 많이 내리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불어난 물에 의해 축사가 잠기고 붕괴해서 소들이 지붕 위로 피신했다는 뉴스는 삐져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아야 했습니다. 우생마사의 현장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힘을 빼는 것이 감사입니다. 칭찬과 감사는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몸입니다.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미래를 대비할 수 있습니다. 인생은 현실만 주어지지 않습니다. 현실은 때론 고통일 수 있습니다. 그 현실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고통의 터널 끝에 있는 행복을 볼 수 있는 혜안이 생깁니다. 현재의 삶이 삭막한 사막이라 할지라도 그 사막에서 감사의 마음이 있다면 사막 너머에 있는 푸른 초장을 볼 수 있게 됩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힘이 됩니다. 반대로 불평은 아이디어를 고갈시키는 블랙홀과 같습니다. 불평이 깊어질수록 생각은 멈추게 됩니다. 

 

감사할 때 뇌의 시놉시스들이 활성화되어 번뜩이는 생각들을 쏟아낼 수 있게 해 줍니다. 살다 보면 어둠의 터널을 반드시 지나야 할 때가 있습니다. 어둠에 있다 하여 절망은 아닙니다. 과정일 뿐입니다. 솔로몬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away.)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미드라쉬 Midrash) 아버지 다윗의 승전고를 기념하기 위해 반지에 글을 남기려 할 때 보석 세공사는 솔로몬 왕자에게 무슨 글귀를 넣어야 할지 물었다 합니다. 솔로몬은 아버지의 반지에 이 글을 남겼다 합니다. 모든 영광과 고통은 지나갑니다. 영광이 있을 때 감사할 수 있어야 하고, 또한 고통의 순간에도 감사할 수 있다면 고통 이후에 얻어지는 것이 감사이며, 영광의 순간에 감사할 때 그 영광은 더 큰 감동으로 선물해 줍니다. 

 

감사는 씨앗과 같습니다. 씨앗은 지극히 작습니다. 그렇게 작은 씨앗이 큰 나무를 이루게 됩니다. 작은 감사는 큰 감사를 만들어내는 씨앗과 같습니다. 감사는 훈련입니다. 하늘을 보며 감사할 수 있는 마음, 길을 걸으면 이름 모를 작은 꽃을 보며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을 훈련하지 않으면 큰 감사라 할지라도 감동과 감격을 느낄 수 없게 됩니다. 물이 많은 곳에서는 풍족한 물로 인하여 감사를 느낄 수 없게 됩니다. 사막을 통과한 후에야 물 한 모금의 귀중함을 느끼게 됩니다. 물질이 풍요로운 세상에 살고 있기에 작은 물건 하나에 감사할 수 없게 됩니다. 그것을 잃어버리게 되면 더 좋은 것을 사면 되기 때문입니다. 풍요로움은 감사의 마음을 무디게 만듭니다. 풍요할 때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스스로 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 만약에 발생할 곤궁한 환경에 처할지라도 그것을 극복해 낼 수 있습니다. 작은 감사는 더 큰 감사를 낳습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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