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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 단순한 인생

hherald 2021.08.02 17:05 조회 수 : 591

 

진리는 포장하지 않습니다. 진실은 화려한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이가 들면서 몸은 가벼워져야 합니다. 그런데 몸이 무거워지고 있으니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리석은 달팽이가 있었습니다. 그 달팽이는 나름대로 멋진 삶을 추구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달팽이보다 더 멋진 집을 짓고 살고 싶었습니다. 동료들은 집을 최대한 가볍게 했습니다. 달팽이 구조상 집을 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인공 달팽이는 다른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이동하는 것을 줄이고 어떠하든 가장 멋진 집을 지으려 했습니다. 그의 소망대로 정말 멋진 집을 완성했습니다. 가을이 저물어 갈 무렵 달팽이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은신처를 찾아 떠났습니다. 그러나 주인공 달팽이는 월동하기 위해 이동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지고 가야 할 집이 너무도 크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는 자신이 쌓아 올린 멋진 집에 짓눌려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오래전 제가 쓴 달팽이 이야기입니다. 바로 제 인생을 비유적으로 말한 것입니다. 인생은 단순해야 하지만 단순한 것은 실상 불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조용한 커피숍에서 책을 읽으려 할 때도 여러 기기를 가지고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이것저것을 해야 하니 단순함은 오히려 일의 방해가 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복잡한 기기들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공자는 50살을 지천명이라 불렀습니다. 삶을 그렇게 살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살아야 인생답다는 것을 천명한 것입니다. 지천명이란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입니다. 힌두교에서는 ‘아쉬라마’를 주장합니다. 인생을 4단계로 나눈다는 의미입니다. 첫 번 단계는 ‘브라마치리야’로 0세에서 25세까지입니다. 이 나이 때에는 사회 규범을 배우고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삶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학습기’ 나이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그리하스타’로 25세에서 50세까지로 결혼을 하고 생업에 종사하며 사회 생활하는 ‘가정생활기’ 나이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바나프라스타’로 50세에서 75세까지로 사회에서 물러나 철학을 탐구하며 자기 통제를 확립하는 ‘자기 통제기’ 나이입니다. 마지막 단계는 ‘사나사’로 75세에서 100세까지로 번뇌의 속박에서 벗어나 죽음을 준비하는 ‘득도기’ 나이입니다. 

바야흐로 현대는 백세 시대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었지만 현대는 오래 사는 것을 그렇게 환영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외로움과 질병 때문입니다. 가장 큰 것은 가족이 다 떠난 상태에서의 외로움에 지배당하기에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이 고통 그 자체라 생각하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분명하게 장수는 하늘로부터 오는 복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왜 오래 사는 것을 두려워하는 시대가 되었을까요?

 

생사일근이란 말이 있습니다. 삶과 죽음이 하나의 뿌리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가는 것은 결국 죽음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성경은 거룩한 죽음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거룩한 죽음이란 죽음 이후의 삶이 있음을 말씀하는 것입니다. 이 땅의 삶은 죽음 너머에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이는 마치 어머니 배 속에 있는 태아가 인생을 준비하는 기간인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것에는 몇 살에 무엇을 하고 몇 살에는 무엇을 이뤘다는 식으로 자로 잰 듯 인생을 평가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생은 어느 한 부분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 전체로써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공자가 주장한 나이별 완성도나 힌두교의 4단계 인생도는 오히려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합니다. 좀 늦게 깨달아서 나중 되었다 할지라도 그때부터 시작하면 먼저 된 자 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단순해야 합니다. 거짓은 화려함으로 포장하지만, 진리는 포장하지 않습니다. 인생은 그 자체가 진리입니다. 물론 모든 인생이 진리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생은 거대한 진리입니다. 

 

당랑거철이란 말이 있습니다. 사마귀가 거대한 수레바퀴를 막아선다는 의미입니다. 거대한 수레가 길을 가고 있습니다. 마침 손바닥 크기만 한 사마귀도 그 길을 가로질러 가는 중이었습니다. 사마귀는 수레바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빨리 피하지 않고 수레바퀴를 막아서서 공격 태세를 갖추었습니다.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수레바퀴에 맞서는 작디작은 사마귀는 내 인생 같아 보입니다. 피할 것을 피해야 할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피할 순 없습니다. 때론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마귀는 피해야 할 것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삶이 그러할 때가 있어서 멈춰서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무거운 인생 짐을 걸머메고 사는 것이란 어리석은 사마귀와도 같습니다. 어떻게 살든 인생은 살아집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살아진 인생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가입니다. 인생길에 정답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각자 살아온 것이 어떻게 보면 정답 같아 보입니다. 비록 허접스럽게 느껴지는 인생일지라도, 어리석게 수레바퀴에 맞설지라도, 거대한 집을 짓는 달팽이 같을지라도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입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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