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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1985S년이던가, 런던의 첫 인상은 충격이었다. 히드로 공항에서 차를 타고 런던 시내로 들어오던 길에는 엄청난 쓰레기들이 뒹굴고 있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서울을 떠났다. 그리고 도착한 영국.  선진국이라 생각하고 있던 영국의 모습은 초라한 대한민국의 70년대 시골 같았다.
 
비가 내렸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신기했다. 비도 아니고, 안개가 흩날리는 것도 아니고, 분명 비가 내리는데 짙은 안개가 얼굴에 닿는 것 같았다. 그렇게 겉옷은 촉촉히 젖어갔지만 그 안개처럼 흩날리는 비가 싫지는 않았다. 바람에 따라 춤을 추는 영국의 비가 궁금했었다. 그런 비를 맞으며 꿈속에서 그리던 영국을 겪어보았다. 
 
탄광노조 지도자인 스카겔이 뉴스에 나오고, 곳곳에서 파업이 있었다. 이에 대응하는 댓처 수상의 목소리가 연일 뉴스에 나왔다. 오후 3시경에면 티와 비스켓이 있는 잠시의 휴식도 있었다. 생소했던 첫 영국에서의 생활은 그렇게 시작 되었다. 
 
영국으로 오고 싶었던 것은 탐정소설 때문이었다. 어린시절 도서관에서 읽었던 탐정소설에는, 괴도 루팡이 하이데-파크-코너를 돌아 도망을 가는데,  몇 발자국 앞서서 도망가던 괴도 루팡이 안개속으로 그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루팡을 뒤쫒던 홈즈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안개가 얼마나 짙었으면 몇발자국 앞서가던 루팡이 안개속으로 사라질 수 있단 말인가? 영국에 도착해서 하이테-파크를 제일먼저 찾았다. 그 어린시절 도서관에서 읽었던 탐정소설에서 풀리지 않았던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하이데-파크의 모서리 (코너) 를 한국의 집 모서리처럼 각진 모서리로 생각했던 그 어린시절 그 의문을 풀기위해서.  하이데-파크-코너가 조그마한 집의 모서리가 아니라 한 지역 이름이었다는 것을 영국 와서야 알게 되었다. 
 
하나 하나 영국에 대한 의문이 풀리면서 영국 생활이 즐거웠다. 비록 길거리에는 쓰레기가 뒹굴고, 한국 시골의 60년대 “점빵” 같은 가게들이 즐비해 있었지만, 그래도 어린시절 궁금해 했던 영국의 의문들이 하나하나 풀려나가던 그 1980년대 중 후 반이 즐거웠다.
 
한참을 떠나있던 영국으로 다시 와보니, 길거리는 깨끗했다. 대신 카운슬택스 라는 세금을 내고 있었다. 집집마다 내는 지방세 덕분에 동네는 깨끗해지고, 집없는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하우징-베네핏이 지불되었다. 세월은 변화를 가져오며, 그 변화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했다.
몇일 전 뉴스에는,  보리스-존슨 수상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의 잘란스키 대통령을 만나서, 향후 매 3개월마다 1만명의 군인들을 훈련시켜 주겠다고 약속 했다 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많은 젊은 군인들이 죽어갔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서방 언론에서 러시아 군 1만명이 죽었다는 뉴스를 접하면, 우크라이나의 병사도 1만명 이상 죽었겠구나 생각했다. 전쟁에서 죽어간 그 많은 젊은 병사들의 목숨은 그저 비교하는 숫자에 불과했다. 전쟁은 하지 말아야지. 종전을 해야지. 한반도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더 하게 할 뿐이었다.
 
그러다 생각해 보았다. 왜 영국은 군대를 보내주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병사들을 훈련시켜 주겠다는 것일까?  무기를 주면서 그 무기를 운용할 수 있는 군인들도 보내주면 될 일인데, 무기를 제공하면서, 왜 3개월에 1만명씩 우크라이나 병사들을 훈련시켜 주겠다는 것일까?
 
한참후 고개를 끄득였다. 그렇지. 영국인데. 그동안 전 세계를 상대로 자국의 이익을 확보해 오던 영국인데, 이정도의 생각은 했겠지. 매 3개월마다 1만명의 병사들을 영국이 훈련시켜 준다면 어떤 무기로 훈련을 시킬까? 당연히 영국에서 생산한 무기로 훈련을 시키겠지. 그렇게 3개월이면 1만명이, 12개월이면 4만명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영국의 무기로 훈련을 받겠지. 그 훈련받은 군인들은 영국으로부터 직접 훈련을 받지 못하 우크라이나의 다른 군인들을 훈련시키겠지? 영국 무기로 훈련을 시키겠지?
 
그렇게 훈련이 된 군인들은 어떤 무기로 전쟁을 하고 싶을까? 영국제 무기를 선호하겠지? 영국제 무기로 훈련을 받은 군인들이, 훈련하면서 손에 익은 그 영국제 무기를 선호할테고, 결국은 지금의 전쟁 이후에도 우크라이나는 영국제 무기를 선호하도록 만들겠지. 
 
전쟁 이후에 우크라이나는 영국무기를 선호하겠지. 영국 무기로 훈련받은 군인들이 전쟁이후 우클라이나의 재건에 참여하겠지. 전쟁으로 무너진 군대를 재건할 것이며, 전쟁으로 소모되었던 무기들을 우선 수입하겠지.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영국 수상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이해가 된다.  그래, 전쟁은 언젠가는 끝날테고, 전쟁이 끝나면 국가 재건을 해야 할테고, 그 국가 재건에는 많은 나라들이 차관을 빌려주겠지. 우크라이나는 그 차관을 받아서 망가진 국민들의 주거 건물을 지을테고, 도로를 다시 건설할테고, 폭격으로 망가진 철도를 다시 놓겠지.  그 재건의 날에 영국이 깊숙히 간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구나.
 
정치인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국익을 생각하고, 자국의 기업을 생각하고, 자국의 경제적인 이익을 생각한다. 영국을 보면, 국가의 이익 앞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영국은 여와 야가 나눠져 싸운다. 보리스-존슨 수상이 펜더믹 기간에 와인 파티를 했고, 경찰은 벌금을 부과했다. 그러니 수상자격이 없다고, 지금 물러나라고 싸운다. 그런 와중에도 영국 무기를 수출하고, 영국 기업이 전후 복구에 참여하고, 영국 상품으로 전후 복구를 하라고 벌써 수상이 나서서 마켓팅을 한다.
 
우리는 어떤가? 이 조그마한 한인사회, 약 2만명이 모여사는 이 킹스톤에서의 우리는 어떤가? 
 
김인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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