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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길을 묻는 그대에게

hherald 2022.10.03 16:52 조회 수 : 1046

 세상엔 길이 많습니다. 길이 너무 많아서 어느 길을 택해야 할지 망설여집니다. 길은 보이지만 그 길을 택하지 않는 것은 새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세상엔 새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지혜의 왕 솔로몬은 이미 그의 삶으로 고백한 사실입니다. 즉 해 아래 새것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내가 걸은 그 길은 누군가는 걸어온 길입니다. 나는 그 길에서 절망하여 엎드려 졌을 때 누군가는 행복에 겨워 뛸 듯이 기뻐하며 그 길을 걸을 것입니다. 같은 길이지만 누군가에는 새길이 되는 것이며 희망의 길이 됩니다. 조물주는 인간에게 길을 만들 수 있는 지혜를 주셨습니다. 누군가 눈물로 걸었던 그 길을 목숨을 앗아갈 만큼의 잔인하게 느껴지는 길일지라도 마음 크기에 따라 그 길은 새길이 됩니다. 
 
길을 걷는 자체가 행복입니다. 행복은 길에서 시작되며 반복해서 길을 걷는 동안 행복이 무르익습니다. 행복을 엮어 가로등을 만들어 누군가에게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되어 줍니다. 그러나 길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2003년에 MBC에서 방영된 <다모>의 주인공인 ‘성백’의 대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길이란 것이 어찌 처음부터 있단 말이오. 한 사람이 다니고, 두 사람이 다니고, 많은 사람이 다니면 그곳이 곧 길이 되는 법, 이 썩은 세상에 나 또한 새로운 길을 내고자 달려왔을 뿐이오>
 
사람들은 고정되고 안정된 길을 선호합니다. 성공할 길, 바른길, 옳은 길, 체면을 위한 길, 안전한 길 등 길에 많은 이유를 붙입니다. 그래서 그 길에서 벗어나게 되면 손가락질을 하거나 훈계를 하게 됩니다. 처음부터 길은 좋은 것은 아닙니다. 길을 걷고 성공했기에 그 길을 성공의 길이라 부를 뿐입니다. 길은 마음에서 시작에서 마음으로 종결됩니다. 마음이 열려 있지 않으면 아무리 새롭고 곧게 뻗은 길이라 할지라도 그 길은 가시밭길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마음에 따라서 길은 새로워집니다. 그러나 새로운 길을 원하지만, 세상에 새로운 길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좌정관천이란 말이 있습니다. 우물 안에 앉아서 하늘을 본다는 말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과 같습니다. 아무리 똑똑한 개구리 일지라도 우물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손바닥만 할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날 개구리는 더 넓은 세상으로 도약하기 위해 우물의 벽을 타고 올랐습니다. 매번 실패했습니다. 주변의 개구리들은 여기가 어때서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며 핀잔을 일삼았습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개구리는 우물 벽을 타고 오르는 법을 터득합니다. 성공했습니다. 그리곤 새로운 우물을 찾아 여행합니다. 꿈만 같았습니다. 성공했다는 박수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고생 끝에 새로운 우물을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다른 우물에 대해 말해주었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날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새 우물이지만 보이는 하늘은 같았습니다. 개구리는 절망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우물 벽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우물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우물의 문제가 아니라 그의 마음 크기의 문제임을 개구리는 깨닫지 못했습니다. 새 우물을 찾아 떠나지만 결국 그 우물은 과거의 우물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우물에 만족하지 못하고 우물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개구리는 윤동주 님의 <길>이란 시로 연결시킵니다. 
 
길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시인이 잃어버린 것은 길이 아니라 마음일 것입니다. 마음이 새로워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우물도 존재하지 않으며, 새로운 길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것이라 할지라도 예전에 존재했던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길을 걷는 마음 자세입니다.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을 때 길은 새로워집니다. 반복된 길을 걷는 일상이 권태롭지 않고 새로워집니다. 새로운 길을 찾기보다는 마음이 새로워지면 반복된 일상의 길이라 할지라도 새로워집니다. 날마다 살아야 하는 우물도 새롭게 느껴집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드넓은 세상에서 하늘을 보는 것이 아니라 비좁은 골방과 같은 우물에서 하늘을 바라볼 때 그 하늘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길을 묻는 그대여, 길은 그대의 마음에 이미 있습니다. 길을 찾지 말고 마음을 찾아야 합니다. 고요함 속에서 들려오는 세미한 음성을 들어야 합니다. 숨 쉬는 소리를 듣고, 새 소리를 듣고 그대의 발걸음 소리를 들어야 하고 그대의 심장 뛰는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은 마음에 희망의 싹이 돋아나는 생명의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그 생명이 새길을 걷게 합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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