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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 지극히 작은 일

hherald 2022.05.16 19:57 조회 수 : 906

나이가 들면서 절실히 깨달아 지는 것은 하나님이 내게 맡기신 일에 대한 본질적 물음과 그것에 대한 순종의 결과인 열매에 관한 것입니다. 사회적 구조에서도 누군가 내게 일을 맡겼다면 그 일은 반드시 처리해야 하고 결과물을 내 놓아야 합니다. 동료가 아닌 윗사람의 명령이라면 모든 것을 중지해서라도 그 일은 반드시 처리해야 합니다. 일을 했다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제시해야 합니다. 만약 결과물이 없다면 사회생활에서 실패자로 낙인찍히게 되는 것입니다.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할지라도 결과물이 없는 경우도 있게 됩니다. 특히 신앙적인 일은 그러하며 사람을 가르치는 일은 더더욱 그러합니다. 결과물이 없기 때문에 내게 맡겨진 일이었는지 고민하기도 합니다. 목적을 상실한 채 향방 없이 달리다 보면 뿌리 없는 나무처럼 생명의 힘을 잃어가게 됩니다. 잠시 잠깐은 잎이 푸를 수 있으나 뿌리가 뽑혔기에 열매는 맺힐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목적을 상실한다는 것은 곧 생명을 잃었다는 의미입니다. 
 
어렸을 때 아버님 같은 목사님께서 설교에 늘 인용하시는 예화가 생각납니다. 목사님의 고향은 북한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속담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말이라 합니다. ‘용팔이 용강간다.’ 라는 속담입니다. 한 부잣집에 용팔이라는 머슴이 살았습니다. 하루 저녁엔 주인마님이 하인을 불러서 내일은 용강을 다녀와야 하기에 일찍 잠을 자라 일러두었습니다. 하인은 허리를 숙여 그 명령을 받들 것을 대답하며 뒷걸음으로 물러났습니다. 그 다음날 일찍 주인은 용팔이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가 행망불명이 되었습니다. 온 집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그의 존재를 찾을 수 없습니다. 저녁 무렵에야 용팔이는 지친 모습으로 터덜터덜 대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주님 마님은 화가 나서 어디를 다녀온 것이냐 호통을 쳤습니다. 용팔이는 땅에 엎드려 어제 마님이 분부하신대로 용강을 다녀온 것이라 했습니다.
 
용팔이가 용강을 다녀오긴 했지만 목적을 상실한 것입니다. 주인의 명령을 받아서 가야 하는데 용강을 가야 한다는 외형적인 명령만 실행했을 뿐입니다. 용강을 가서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명령은 아직 듣지 못한 것입니다. 제 어릴 적에 수십 번도 더 들은 이 이야기는 내 삶에 골고루 퍼져 소금처럼 적용 되었습니다. 대학만 가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결국은 용팔이 용강가는 것으로 이해되어 졌습니다. 취직만 하면 되고, 결혼만 하면 되고, 집만 사면되고, 무엇인가 눈에 보이는 것을 이루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은 마치 주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용팔이의 미성숙함과 연결시키게 됩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건너야 할 강이 생기는 것이고, 넘어야 할 산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강을 건너는 것과 산을 넘는 것은 자기 한계를 초월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기억해야 할 것은 내가 왜 그 강을 건너야 했는지, 내가 그 산을 넘어야 했는지에 대한 본질적 목적을 상실했다는 것입니다.
 
에베소서 1장18절에 “너희 마음의 눈을 밝히사 그의 부르심의 소망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용강을 가야 한다는 주인의 목적을 용팔이는 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한 목적을 상실한 채 사람들은 신학을 하고, 법을 공부하고, 의학을 공부해서 무조건 그 강을 건너면 되고, 그 산을 넘으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땀 흘리고, 눈물 흘려 결국 강을 건너고 산을 넘었을 때 내가 왜 그 강을 건넜는지, 그 산을 넘어야 했는지에 대한 삶의 목적과 본질적 방향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경쟁 구조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총력 질주를 했기 때문에 보이는 성과는 있지만 속내는 알게 모르게 파괴되어서 정령 그 산 위에 올랐을 때 나를 지으신 그분의 뜻, 나를 그곳에 오르게 하신 뜻을 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정상이라는 성공의 결과물로 인하여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져 간다면 성공이 타락을 부축인 셈이 되는 것입니다. 목적을 상실한 결과입니다. 즉 외적으로는 성공 한 것 같으나 내적으로는 실패와 좌절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성공하였을지라도 신앙은 병들게 되는 것이고, 성공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부르심의 소망을 망각한 불의한 청지기가 된 셈입니다. 지극히 작은 일에 충성을 다할 수 있는 자에게 큰일을 맡기시는 것이 성경적 삶의 법칙입니다. 지극히 작은 일은 본질을 회복하는 것에 있습니다. 일이 크고 작음이 아니라 본질을 망각하지 않는 것에 있습니다. 분주하면 분주할수록 본질을 잃게 됩니다. 정상에 오르면 오를수록 본질을 망각하거나 변질되게 됩니다. 최정상에 섰을 때 나를 그곳에 서게 하신 전능자의 뜻을 잃지 않는 것은 지극히 작은 일에 충성을 다하는 것입니다. 지극히 작은 일은 전능자를 기억하는 일이며 그 생명이 삶의 의미이며 전부입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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