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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은총의 중첩

hherald 2022.04.26 05:47 조회 수 : 1050

 산다는 것은 은총의 중첩입니다. 어제 받은 은총이 오늘로 연결되고, 오늘 받은 은총이 내일의 밑둥이 됩니다. 은총 없이는 단 일분일초라도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닫는 것은 특별한 은총을 누릴 수 있는 권리의 시작입니다. 지난밤 편두통으로 지루한 밤을 보냈습니다. 잠을 잘 만하면 두통이 시작되고, 심호흡을 깊게 하여 기도하면 다시 잠들고, 그러다 다시 편두통의 파도를 이기지 못하여 잠에서 깨어나게 했습니다. 편두통은 마치 술에 취한 형제처럼 내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오래전 한국에서 목회할 때 한 형제를 만났습니다. 그 형제에게 마음이 괴로우면 언제든 찾아오라 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술만 먹으면 한밤중에 찾아왔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찾아준 것이 고맙고 반가웠습니다. 그것이 반복되면서 한밤중 형제의 예고 없는 방문이 고통이 되기도 했습니다. 형제는 밤이 다 지나도록 그의 술이 다 깨기까지 말을 반복해서 했습니다. 그러다 새벽이 되면 그도 지쳐서 잠이 들곤 했습니다. 편두통은 마치 술에 취한 그 형제처럼 온 밤을 하얗게 지새우게 하며 고통을 주었습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다시 천천히 마신 숨의 찌꺼기를 내뱉습니다. 깊은 숨쉬기를 반복하면 두통은 잠시 사라집니다. 그러다 숨쉬기를 잊어버리고 평소처럼 가볍게 숨을 쉬면 다시 두통을 벌떡 일어나 나를 일깨워 줍니다.
 
술에 취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엔 많은 인내가 필요한 것이고 짜증 나는 일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횡설수설하는 말에도 간혹 마음에 담을 교훈적인 것을 발견합니다. 편두통 역시 그러합니다. 내 안에서 발생하는 일이기에 뚝 떼어 던질 수 없는 일입니다. 편두통이 가라앉기를 기도하면서 약을 먹기도 하고 나 자신을 돌이켜 봅니다. 고린도후서 5장 17절 말씀을 깊이 있게 되새겨 보게 됩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고후5:17)
 
정말 내 안에 이 말씀을 믿는 믿음이 있는 걸까? 편두통과 싸우면서 새벽에 얻은 결론입니다. 나는 어제의 습관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어제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어제 했던 생각의 옷을 여전히 입고 있습니다. 새로운 피조물이 된다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물론 전체적인 맥락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된 것은 인정됩니다. 죄에서 구원받아서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하나님의 자녀가 된 새로운 피조물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일상의 삶에서는 날마다 새롭게 하시는 은총을 망각하며 살아갑니다. 새로운 피조물은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는 새싹처럼, 더 큰 나무로 성장하는 나무처럼, 새롭게 새롭게 피어나는 나 자신을 향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요르단 암만 외곽에 있는 도비야 성을 방문했습니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무화과나무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봄철인데 무화과 열매가 빼곡하게 열렸습니다. 아직 잎이 채 자라지도 않아서 여린 잎이 펴지기도 전인데 열매가 맺혔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원래 무화과나무는 여름의 끝자락에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다른 무화과나무들은 이제 싹을 틔우고 봄의 따스한 온기로 겨우내 잠자던 세포들을 깨우는 시기에 열매를 맺혔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나무가 잎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과정은 새로운 피조물이 되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나무가 새로운 피조물이 되는 것은 정해진 틀 안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옛 습관의 노예로 사는 것은 새로운 피조물이 되는 경험을 못 한 결과입니다. 새로운 피조물이 된다는 의미는 외형적인 보이는 모습은 그대로입니다. 그러나 그 속은 새롭게 변화됩니다. 생각하는 것이 새롭게 되는 것이고, 마음의 크기와 넓이, 깊이가 새로워지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도 새로운 피조물임을 날마다 선포했습니다.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15:31)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고후4:16)
 
새로운 피조물이 된다는 것은 날마다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옛사람이 죽는 것이지요. 옛 습관에 지배받았던 성숙하지 못한 자아가 죽고 새로운 자아가 탄생하는 것이지요. 물론 자아가 죽거나 새롭게 태어날 순 없는 일이긴 합니다. 다만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어서 옛 자아가 죽고 새로운 자아가 탄생한다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옛 습관이 죽고 새로운 내가 살아나는 것은 아버지의 은총입니다. 강을 건널 수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를 때 아버지께서 친히 거센 강물을 헤쳐 건너오셔서 내 손을 잡고 강을 함께 건너 주시는 은총입니다. 내 힘으로가 아닌 하늘로부터 오는 능력을 힘입어서 새롭게 되는 은총을 경험하게 됩니다. 어제의 은총이 오늘의 발판이 되고 오늘 받은 은총이 내일을 여는 은총의 중첩입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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