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 V
정의로 뭉친 주먹 로보트 태권
용감하고 씩씩한 우리의 친구
두팔을 곧게 앞으로 뻗어
적진을 향해 하늘 날으면
멋지다 신난다~ 태권 V 만만세
무적의 우리 친구~ 태권 V~
이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아는 분은 적어도 70년대에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다닌 세대다. 흑백 만화영화를 TV에서 보던 시절, 70년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던 만화영화의 주인공들 마린보이, 요술공주 세리, 요괴인간, 황금박쥐 등은 모두 일본 태생이었다. 심지어 쇠돌이가 머리에 타고 조종하던 마징가 Z도 일본산이었다. 주인공 이름을 쇠돌이로 바꿨지만, 결국엔 마징가는 일본산이란 걸 어린이도 다 알았다. 여담으로 이 시기 유년을 보낸 세대가 알파벳 Z를 '제트'라고 읽는 이유가 마징가 때문이란다.
그러다 한국 로봇이 나왔다. 이름하여 로보트 태권V. 70년대 절권도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무술을 선보인 이소룡이라는 홍콩 배우의 열풍 못지않게 태권도 바람이 불었고 -70년대 태권도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독재 권력의 정치적 의도에 기인한 부분이 많다 - 태권도로 적을 무찌르는 한국 로봇에 어린이들은 열광했다. 처음 보는 총천연색 극장영화는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꼭 극장에 걸렸다. 위의 주제가를 모르는 아이가 있었을까.
그런데 로봇 태권V는 한마디로 표절이다. <한국 최초의 애니메이션 로봇이라는 명예와 더불어, 디자인과 스토리의 표절이라는 멍에도 함께 짊어> 졌다고 지금도 평한다. 마징가 Z를 표절했다는 평에 대해 영화감독은 어떻게 하면 달리 보일까 오히려 고민했고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보고 그 이미지를 가져왔다는데 다 신소리다.
주인공뿐 아니라 등장하는 다른 로봇까지 모두 표절이었다. 로봇 태권V에 아직도 애잔한 애정을 갖고 있는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도 <인정할 건 인정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어느 분의 지적에 공감한다.
40년도 더 된 로보트 태권V 얘기를 꺼낸 건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2011~2013년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을 영웅화하기 위해 만든 합성사진에서 <로보트 태권V> 포스터를 보고 실소했기 때문이다.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김관진을 영웅화하려 영화 주인공이나 역사적 인물의 모습과 합성한 사진을 인터넷에 대량 유포한 것 자체가 코미디인데 로봇 태권V의 몸과 합성한 사진을 외부로 퍼 나르며 <종북세력을 뿌리 뽑아라! 로보트 국방V>라는 문구를 달았다. 아다시피 김관진은 사이버사 심리전단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벌인 댓글 정치공작의 몸통으로 지목돼 검찰에 의해 출국금지돼 있는 상태다.
국군 사령부가 국방장관 개인을 영웅화하는 작업을 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아닌가? 이것도 로봇 태권V 못지 않은 표절의 냄새가 나는데? 더구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과 로봇 태권V라니, 쩝. 70년대 추억 하나가 이렇게 망가지는 씁쓸한 기분에서 끝나질 않는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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