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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영국 런던 한인촌이라 할 뉴몰든에 런던한겨레학교가 있다. 영국에 사는 탈북민 자녀들이 다니는 한글학교다. 약 50명의 학생이 등록돼 있으나 등교하는 숫자가 들쑥날쑥한데 대략 30명 정도의 어린이가 매주 토요일 교회 건물을 빌려 쓰는 이 학교에서 공부한다. 물론 런던에는 런던한국학교와 강북런던한국학교 등 두 곳의 한글학교가 있다. 이 두곳의 학교는 역사가 깊고 규모가 크며 교사도 많다. 그런데 이들 학교를 두고 런던한겨레학교가 새로 만들어진 것은 이 학교 구성원들의 사연만큼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이 문제는 다음에 깊이 다룰 계획이라 이번 단상에서는 생략한다)

 

 

영국 전역에는 21곳의 한글학교가 있다. 런던에 있는 두 곳을 제외하면 한글 교육의 필요성을 아는 뜻있는 인사들의 열의로 계속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랄까. 물론 학생이 적어서이겠지만, 어찌된 사정인지 휴교 중인 곳도 있다. 한겨레학교는 2014년 5월부터 시범운영되다가 2016년 1월 정식 개교했다. 단순 외적인 요인으로만 보면 50명의 학생이 등록된 런던한겨레학교는 나름 규모가 있는 재영 한글학교 중 하나다.

지난 연말 런던한겨레학교에서 보낸 문자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제목은 <재외동포재단에서 교과서를 후원받았습니다>. 그러니까 런던한겨레학교는 대한민국 교과서 없이 지금까지 공부한 거다. 한국 교과서 내용을 그날그날 복사한 것이 지금까지의 교과서였다. 교과서를 구하려는 노력을 왜 하지 않았을까 의구심이 가겠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받을 수 있는 혜택에서조차도 은근히 배척됐다는 느낌이 든다. 수차례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협조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번에 교과서를 지원한 것도 한국 언론(YTN)에서 학교를 취재하고 난 뒤에 나온 일이고(오비이락이랄 수도 있다), 교과서를 재외동포재단에서 후원한 것도 갸우뚱하다. 주영한국교육원이 할 일 중에는 <신규 한글학교 신규 등록 지원>, <교과서 및 교재 무상 공급 등 한글학교 운영 지원>이 있다고 스스로 명시해뒀는데 말이다.

 

영국에는 2개의 탈북자 단체가 있다가 하나로 통합했다. 그런데 여전히 두 단체의 구성원이 하나로 통합되지 못하고 반목과 앙금이 남아 있다고 한다. 런던한겨레학교에 다니는 어린이 대부분이 탈북자 단체 중 어느 한쪽 구성원의 자녀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다른 쪽 자녀들은 런던한글학교에서 마련한 특설반에서 공부한다고. 런던한겨레학교가 처음 세워질 때 그런 학교가 생긴다는 사실이 정부를 대표하는 관의 입장에서 거북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이 학교를 만드는데 주축이 된 학부모들이 정부를 대변하는 관의 입장에서 마뜩찮은 인물들이라 협조하지 않고 그래서 학생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갔다면? 주영대사관이나 교육원이나 런던한국학교나 모두가 탈북민도 대한민국 국민인 만큼 한글학교도 하나로 통합돼야 한다고 했다는데 그 부분만이라도 진정성이 있었기를 바랠 수밖에.    

 

 

복잡한 이념의 셈법은 차지하고 런던한겨레학교 고선영 교장의 인사말을 보자. <한은 크다는 뜻이고 겨레는 먼 옛날부터 우리 민족을 가리켜 쓰던 말로서 즉 한 겨레의 의미는 큰 민족이라는 뜻입니다. 분단되어 있는 남북이 하나가 되는 그날 통일국가에서 중요한 역할들을 하고 우리 나라를 위해 크게 이바지 할 수 있는 인재들을 키워내는 데에 한겨레학교의 목적이 있습니다.> 이런 목적으로 만든 학교를 돕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영국에는 엄연히 런던한겨레학교라는 한글학교가 있다. 늦게나마 보내온 교과서 소식이 반갑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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