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입적한 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사리가 공개됐다. 사리각 내 유리함에 안치된 사리는 치사리 5과와 구슬사리 3과였다. 더 많은 사리가 수습됐지만 일부만 공개했다고 한다.
사리의 기원은 석가모니가 입적하시고 화장을 했을 때 나온 것이다. 모두 여덟 섬 네 말의 사리가 나왔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대 고승 가운데 사리가 나온 분이 많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어로 유명한 성철 스님은 200여 과의 사리가 나왔다. 이 숫자는 석가모니 이래 가장 많은 사리라고 알려져 있다. 반면에 무소유 법정 스님은 ‘내 몸에서 사리를 찾지 마라’고 유언해 사리를 수습하지 않았다.
사리(舍利)는 불교 용어로 '몸'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사리라(Sarira)’에서 유래했다. 인체를 화장하고 난 뒤에 남겨진 뼈 전체 또는 가루가 된 뼛조각까지 폭넓게 포괄하는데 석가모니의 경우는 몸 전체를 뜻하는 전신사리요, 지관 스님처럼 다비 후 나오는 구슬 모양의 유골은 쇄신사리라고 한다. 사리는 크기와 모양이 다양해 모발로 된 사리는 검은색, 피부나 살로 된 사리 붉은색, 뼈로 된 사리 흰색 등이 있다.
사리의 신비는 부처를 향한 믿음이 충만한 불자의 몸에서 나온다는 것 때문에 한층 높은 차원으로 승화되어 있다. 사리의 정체가 완전히 과학적으로 해석되지 않는다는 점도 사리를 단순히 죽은 이의 몸이나 그 뼈를 부순 것 이상의 의미를 갖게 하는 것이다.
의학계에서는 사리를 몸의 신진대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 생길 수 있는 일종의 담석이나 결석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좌한 채 몇 년씩 움직이지 않고 수행하는 스님들은 영양상태도 좋지 않고 신진대사가 원활할 수 없어 결석이 생길 확률이 높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단지 가정일뿐. 성철 스님은 목 주위에서 많은 사리가 나왔다. 결석이라면 몸을 움직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결석의 성분은 고열에 불타 없어지고 사리만큼 단단하지 않다.
과학자들은 장작을 쌓아 시신을 태우는 재래식 화장법의 결과 여러 가지 원소가 뼈의 칼슘과 반응해서 동그란 구슬 같은 것이 뼛속에서 생성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어느 고승의 사리를 기증받아 분석해 보니 뼈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지 않는 프로탁티늄, 리튬, 티타늄 등의 성분이 발견됐고, 사리의 강도가 강철보다도 단단했다. 사리에는 과학 이상의 신비가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리는 필요할 때 모습을 나타내면서 부처님의 본질을 자신 속에서 재확인해보라는 계기를 중생에게 준다는 어느분의 설명이 가장 적절했다. 사리의 신비를 속세의 궁금증으로 헤집어 보려는 우리 의도가 무안하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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