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내각에는 외로움을 담당하는 장관이 있다. Minister for Loneliness는 외로움에 관한 연구, 조사를 하고 사람들의 교류를 위해 활동하는 사회단체를 지원하며 영국인들의 외로움과 그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는 대책과 전략을 개발한다. 지난해 초 외로움 담당 장관이 새롭게 생긴 것은 외로움으로 고통을 받는 이들이 영국에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어떤 통계에서는 900만 명 정도라고도 한다. 그 속에 본인도 포함되는지. 외로우신가요?
외롭다는 건 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 정신 건강(외롭다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64% 더 높다)은 물론 신체적 건강에도 나쁜데 매일 담배 15개비를 흡연하는 수준으로 악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 계층은 홀로된 노인들이다. 영국에 사는 75세 이상 노인 중 50% 이상이 혼자 산다. 잉글랜드에만 200만 명. 누가 찾아가거나 특별히 갈 곳이 있지 않으면 일주일 이상을 말 한마디 나눌 대상 없이 혼자 지내기 일쑤다.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복지부가 조사했더니 우울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부부가 함께 생활하는 노인은 26.2%,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은 34.9%, 독거노인은 43.7%나 됐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오는 이 없고 갈 곳이 없고 얘기할 대상이 없다는 것은 상실의 고통에 이은 또 하나의 고통이다. 외로움의 고통. 우리 곁에 누군가가 그 고통을 앓고 있다. 영국의 통계에는 이곳에 사는 한국인인 우리가 들어있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가 포함된다. 영국인 중 900만 명이 외로움에 고통을 받는다면 그 속에 우리도 있고 잉글랜드 독거노인 200만 명 중에 우리 어머니, 할머니도 있다.
지난주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하는 추석이 있었다. 영국에 사는 한인들은 대부분 출근하고 학교에 가고 여느 일상과 비슷한 하루였지만 한가위는 그래도 그리운 명절이었다.
차라리 한국에서는 명절의 기쁨이 퇴색해 부모·형제 만나기보다 해외여행 가서 노인이 더 우울해지는 명절이 된다는데 영국의 한인타운에는 노인회관으로 명절을 쇠러 모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추석 연휴 기간 연일 대사관, 요식업협회, 탈북민협회가 노인들과 함께했고 한인회, 민주평통협의회, 코윈여성회 등 여러 한인단체가 지원했다. 노인회관이 노인들만의 공동체가 아닌 한인들의 공동체로서 자리했던 한가위 풍경이었다.
외로운 노인들에게 임선화 노인회장은 외로움 장관이 됐다고 할까. 과했다면, 한인노인회관이 우리가 하지 못한 역할을 지금 하는 것은 분명하다. 노인들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자식이 되어주는 소중한 공동체가 됐다.
박은하 대사는 "추석은 가진 것을 나누는 명절이다, 한가위 뜻처럼 노인회관을 힘껏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도 힘을 보탰으면 한다. 노인회관은 한 달에 10파운드만 내면 '효도회원'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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