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년 한인사회를 이끌 한인회장을 뽑는 선거가 11월 28일에 있을 예정이다. 코로나 19로 잉글랜드 전역이 록다운 된 마당이라 어떻게든 선거 과정에 차질이 있겠지만 10월 31일로 후보자 등록과 선거권자 등록이 끝났기 때문에 이날까지 등록해 피선거권을 얻은 3명의 후보를 두고 이날까지 한인회를 납부하고 선거권을 얻은 630명이 선택을 하는 선거 방법은 결정 났다.
영국의 한인회장 선거가 영국에 사는 한인들의 잔치처럼 진행되면 얼마나 좋을까. 선거가 2년마다 있으면 2년마다 돌아오는 동네잔치가 된다, 그럼 이보다 좋은 모습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 정작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2020년 한인사회는 선거에 임하는 이들의 의식적 차원이 충분히 성숙해 있어 축제가 될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역시 깨끗한 선거, 축제가 되는 선거는 의식적 차원만이 아니라 제도적 차원도 충족돼야 한다는 걸까. 세금을 내야 투표권을 주는 아이러니가 있다 보니 30파운드의 한인회비를 내야 투표권이 있는 이번 선거의 제도적 차원이 반드시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 마음 급한 이들에게서 표를 사는 이, 이름을 파는 이, 이들을 중개하는 이, 이렇게 다양한 부끄러움을 만들었나 보다.
내가 만든 말이 아니다. 선거 중반,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들에게 공명선거 캠페인에 동참하고 동의한 것을 상기시키면서 <말과 행동에 걸맞지 않은 부정선거의, 특히 '한인회비를 대납해주는 매표행위'와 '금품제공, 향응제공'에 대한 사례가 선관위와 한인회에 다수 접수되고 있>다고 경고문을 보낸 데서도 알 수 있다. 선관위는 특히 <주재상사 직원과 가족들에게 대납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는 유학생들에게까지 대납을 해주고 있다>며 우려하고 유감을 나타냈다.
선관위도 지적했듯이 한인회에 무관심한 이들에게 30파운드의 한인회비를 내고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설득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이해한다. 그렇지만 역시 선관위의 말처럼 이 또한 한인회장이 되겠다는 이들이 <풀어야 할 한인사회의 숙제가 될 것이며,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후보자들의 도전>이었다. 한인사회는 그런 차기 회장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걸 못 하거나 위반할 생각이었으면 도전하지 말았어야 한다.
이런 선거를 왜 해야 하나,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선거는 있어야 한다. 이는 엄연한 현실 제도요, 우리들의 약속이요, 그것이 민주주의다. 단지 이를 잔치로 즐기지 못하게 만든 일부 인사들의 행태가 문제일 뿐이다. 방법은 쉽다. 표를 누군가가 사줬다면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갖고 후보를 선택하라. 반드시 본인의 판단에 따라 선택하라. '매표'가 부끄러운 단어인 만큼 제대로 된 '선택'으로 그 부끄러움을 지워라.
선거권은 '권리'다. 당신의 권리. 그것이 어찌 고작 30파운드짜리일까.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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