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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임을 위한 행진곡 잔혹사 2

hherald 2015.05.18 17:56 조회 수 : 934

 
보훈처가 다시 <임을 위한 행진곡>에 딴지를 걸었다. 보훈처는 정부 주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이 아닌 합창 방식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5·18 민주화운동 단체 등의 요구가 묵살된 것이다. 이유는 이 노래가 '북한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됐고 '작사자(황석영)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복역한 월북 반체제 인사라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양립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어 국민 통합에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민주화운동이 1997년 정부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2008년까지 정부기념행사에서 제창됐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이 노래를 퇴출시킬 구실을 찾기 시작했다. 2009년 보훈처가 나서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대체할 새로운 5.18 노래를 만들겠다고 했다가 워낙 반대 여론이 거세 새 노래를 만드는 것은 포기했지만 2010년부터 국가보훈처 정식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정치권에서 다시 반발했고 2011년에는 원래대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게 됐다.

이렇게 끝나나 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 퇴출을 시도한다. 2013년에 5.18 정식 노래 국민 공모를 위한 예산까지 확보해 3.1절 노래나 광복절 노래처럼 5.18 정식 노래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보훈처가 앞장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정식 추모식에서 퇴출시킬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때도 여론에 져 퇴출이 무산됐다. 참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잔혹사였다.

정치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아예 법적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려고 한다. 그런데 보훈처에서 의견 수렴을 핑계로 미루고 있다. 이번 5·18에 제창을 하지 않겠다는 이유도 보훈처의 덜떨어진 트집에 불과하다. 북한 영화의 배경음악에 쓰였다는데 노래가 만들어진 것은 1981년, 황석영, 리춘구가 공동 집필해 제작한 북한의 5·18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는 1991년에 나왔다. 북한에서 따라 부른다고 금지한다면 <아리랑>이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도 북한에서 부르니 금지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알고 보니 북한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금지곡이란다. 탈북자 출신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에 따르면 북한은 1998년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금지곡으로 정했다고 한다. 이 노래가 김일성, 김정일을 찬양하고, 북한체제를 찬양하는 내용이라면 북한에서 금지곡으로 정했을까. 

보훈처를 앞세운 극우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싫을 게다. 이 노래는 백기완 시인의 시 '묏비나리' 를 황석영이 다듬어 가사로 만들고 김종률이 작곡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했고 마지막 날 전남도청에서 숨진 윤상원과 1979년 겨울 노동현장에서 들불야학의 선생으로 일하다 숨진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에서 처음 불렸다. 극우는 그래서 이 노래가 싫을 것이다. 민주화를 위해 목숨도 바치는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퇴출하려는 잔혹사를 되풀이하고 있을 게다. 

이 글을 쓰는 오늘 아침 기념식장의 모습을 TV로 보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정의화 국회의장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고 있었다. 이런 보수 인사들도 보훈처가 제창을 금지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나도 이해가 안 된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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