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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지난 주말 런던한국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초등 30회, 중등 25회 졸업식이니 런던한국학교의 유구한 세월을 실감한다. 첫 졸업생은 아마 40대 중반의 중년일 텐데 근황을 찾아 소개하는 기사(내가 살아가는데 한국학교가 큰힘이 되었다는 내용을 반드시 만들어서)를 싣고 싶은데 찾질 못했다. 행여 이 글을 본 초기 졸업생이 있으면, 그리고 후배들에게 힘을 주는 당부를 전하고 싶으면 연락해주시길 바란다.

이날 교장은 졸업생에게 <런던한국학교에서 누렸던 특권을 잃지 말라>는 내용의 회고사를 했다. 좀 의아했다. 한국학교에서 누렸던 특권? 물론 교장의 설명이 이어진다. <매주 토요일마다 한국학교에 온다는 것이 신나는 일만은 아니지요. 여러분이 토요일을 반납하고 얻고 싶었던 것이 무엇입니까> 물론 아이들은 답이 없다. 교장이 아이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여러분은 토요일 학교에 오는 것이 싫어서 학교를 포기하고 싶은 적도 있었고, 이 시간을 영국 학교 교육에 투자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는데 하며 갈등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곤 졸업생을 향해 말한다. <지금 현재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세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이렇다. <한국어 실력이 향상되고, 전통문화 체험과 역사 교육을 통해 자신이, 한국인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깨달은 모습>이라고 했다. 이날 졸업하는 학생들은 모두가 <자랑스러운 한국인 2세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리고 교장의 마지막 말. <그것이 여러분이 한국학교에서 누린 특권이며 학교가 여러분에게 준 선물입니다>

런던한국학교 교장의 말을 들으니 한국학교의 중요성에 대한 비슷한 글이 생각났다. 지난 2011년 미국 조지아대 최익선 교수는 미국에 사는 한국인을 3부류로 나누며 한국학교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여기서 편의상 미국 대신 영국을 대입해 설명한다. 최 교수가 나눈 3부류는 배타적인 한국인, 영국화된 한국인, 한국계 영국인.

살펴보자. 배타적인 한국인은 영국 안에 살면서도 한인 커뮤니티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는 사람들이다. 영국화된 한국인은 한국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채 영국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한국계 영국인은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영국 시민으로서 두 나라와 세계에 기여하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가장 바람직한 유형은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영국 시민으로서 두 나라와 세계에 기여하는 사람이다. 그럼 세 번째 유형의 사람으로 키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영국 교육 시스템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심어 주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한국학교다.

남북한 7,000만.10%가 재외동포다. 그럼, 한국 밖에서 뿌리를 내리는 700만 한국인들을 하나로 모으는 곳이 어딜까. 바로 한글학교다. 대부분 자생적으로 생겨났고 한국아이가 처음으로 접하는 커뮤니티가 한글학교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한국을 가르치는 한국학교 교사들은 '개인보다 공동체를 생각하는 사람들'>라는 칭송을 얻는다.

다른 나라 한글학교 졸업식 풍경을 두루 살펴보니 <한인 기업인들이 후원한 선물로 더욱 풍성한 졸업식을 치를 수 있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우리도 한국학교 졸업식이 어떤 축전처럼 날이 잡히고 많은 이의 관심과 후원이 모여 졸업생마다 선물과 상품을 한아름 안고 갔으면 했다. 하긴 취학 연령대의 자녀가 있는 부모가 모두 한국학교에 아이를 보내면 이런 일은 당연히 해결되겠지만...

이날 졸업식에서 축사를 한 학부모대표는 말미에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목이 메었다. 이런 벅찬 감동으로 목이 메는 특권도 한국학교에 아이를 보낸 학부모만이 느끼고 누릴 수 있는 '행복한 특권'이 아닐까.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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