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한인사회의 풍경 하나. 남북한 출신 사람들이 잘 어울려 산다.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다.
그런데 남한과 남한, 북한과 북한, 같은 출신끼리는 패거리를 지어 반목한다.
영국에 한인회는 두 개가 있다. 역시 탈북민 단체도 두 개가 있다. 자고 나면 이제 곧 통합한다는 소리가 나오는데 하도 속다보니 죽은 나무 꽃 피길 기다리는 게 더 빠르겠다.
영국 한인사회의 풍경 둘. 유럽에서 탈북민이 가장 많은 영국 한인사회에는 이제 그 탈북민의 2세가 영국에 있는 한국학교에도 제법 많이 입학했다. 탈북민과 어울려 사는 것이 일상이 된 영국 한인사회에서 이제 2세 3세들도 어울려 사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 됐다는 뜻이다. 잘 어울려 살면 이게 통일 후의 한국사회의 가장 원하는 모습일 게다.
영국 한인사회의 풍경 셋. 일전에 민주평통이 주최한 통일한마당 행사에서 평통 회장을 역임한 한인사회 인사 한 분이 한국학교에 입학한 탈북민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50명에게 3년간 한국학교 학비를 지원한 것이다. 일례지만 이런 사례를 보듯 영국 한인사회는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99%를 차지한다. 그럼 나머지 1%는?
지난 대선 때 안희정 지사가 오래 전에 한 말 '폐족(廢族)'이 한참 회자됐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글 중에 나온 말인데 '조상이 큰 죄를 짓고 죽어 그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경우'를 말한다. 안희정 지사는 2007년 당시 <정권재창출 실패만으로도 스스로를 폐족이라고 부르며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대선 때 이 말은 정경유착, 부정부패, 국정농단의 주역 새누리당의 친박세력을 애둘러 말하는 뜻이 됐다. 안희정 지사는 용기 있는 자기반성으로 스스로 폐족이라 했는데 정작 친박세력은 폐족조차도 못 돼 더 퇴행했다.
영국 한인사회에도 분란이 있어야만 자기 역할이 돋보인다고 믿는 폐족 패거리가 있다. 남북한 동포 사회에 모두에 이런 폐족이 있어 화음을 깬다. 특정인 몇이 모여 패거리를 만들고 화합과 일치를 얘기하지만 아집과 이기에만 골몰하는 패거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2세 교육에 도움이 될 건덕지가 없다. 그들에게는 배울 게 없다.
집단지성(集團知性)이란 말이 잇다. 여럿이 모여 협력과 선의의 경쟁을 거쳐 얻은 가치있는 능력과 지성을 말한다. 소수의 우수한 전문가의 능력보다 다양성과 독립성을 가진 집단의 통합된 지성이 올바른 결론에 더 쉽게 도달할 수 있다는 논리다. 영국 한인사회에는 집단지성이 있다. 오랜 세월 겹겹이 쌓아 만든 훌륭한 집단지성이 있다. 나는 영국의 한인사회가 가진 집단지성으로 남북한 동포사회를 갈갈이 찢어 놓는 저 폐족 패거리를 쫓아버려야 한다고 본다.
한인사회 풍경 또 하나. 폐족 패거리가 누구냐고? 한인회든 탈북민회든 둘로 나뉜 모임을 하나로 통합하고자 노력할 때 분탕질 치는 인사를 말한다. 그들이 분탕질을 하는 건 그 사회를 대표하는 단체가 제대로 있으면 사이비로 행세하는 자신의 처지가 들통나기 때문이다. 분규가 있어야 존재감이 드러나는 이들은 집단지성을 '집단 어리석음'으로 바꾼다. 그들은 사회도 퇴보시킨다.
우리 주변에 목소리만 큰 저 폐족의 패거리, 영국 한인사회에서 보면 아파도 뽑아야 할 충치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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