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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한식세계화, 그 멀고도 어려운 숙제

hherald 2012.01.09 19:07 조회 수 : 1957




한국에 있는 외국인은 가장 맛있는 한식으로 삼겹살을 꼽았다. 서울시가 외국인 1,9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2위는 김치요리, 3위는 떡볶이가 차지했다. 10위까지 보면 비빔밥, 삼계탕, 갈비, 냉면, 보쌈, 돼지갈비, 김밥이 선정됐다. 삼겹살은 중국어권 출신 외국인이 좋아했고, 일본인은 삼계탕을, 영어권에서는 김치를 선호했다.

물론 이 조사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외국 현지 조사가 아니다. 따라서 얼마나 그 음식을 자주 접할 수 있느냐가 좋아하는 음식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3위를 차지한 '떡볶이'의 경우 이곳 유럽 현지에서 조사했으면 과연 어땠을까.

떡볶이는 한식 대표 음식으로의 논란을 한 차례 겪은 바 있다. 2009년 농림수산식품부가 한식세계화를 추진하면서 떡볶이를 한식의 대표 음식으로 민 적이 있는데 당시 미국이나 유럽 쪽에서는 떡처럼 혀에 찐득하게 들러붙는 식감을 싫어한다는 이유로, 외국에서 대체할 수 있는 재료가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런데 한동안 정부에서 떡볶이에 힘을 실어줬다. 떡볶이를 통해서 한국의 남아도는 쌀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적 판단이 한몫을 했기 때문이다. 떡볶이 연구소도 쌀가공식품협회가 설립했다. 오죽했으면 연구소 측도 유럽에서는 떡의 찐득한 식감을 싫어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완전히 새로운 떡을 개발해 간장을 주 양념으로 하는 아주 다른 식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했을까. 만약 그 떡볶이가 개발됐다면 과연 무늬라도 떡볶이가 됐을까. 

정부가 한식세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 대표 음식을 선정하면서 저지른 실수 중 또 하나는 정부에서 만든 한식세계화 책 <아름다운 한국음식 100선>의 표지에 나온 '신선로' 사진이다. 신선로를 표지 사진으로 하면서 조선 시대 궁중음식이 전통이고 한식 대표 문화인 것처럼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 책이 한식세계화의 홍보 책자라는 사명을 띠고 제작돼 세계 곳곳에 뿌려지고, 유럽 현지에서 본다고 치자. 지금 영국에서 신선로에 음식을 담아 내놓는 한식당이 과연 있는지. 그 책을 따라서 한식당마다 신선로를 준비하라는 얘긴가. 대부분이 내놓지 않는다면 그건 대표 음식이 아니며, 보기 좋다고 대표 음식으로 하자는 것은 결국 음식을, 한식을 모르는 이들이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들은 대만이 한국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리플렛의 메인 사진으로 신선로를 쓰고 있다는 정보조차 없었던 것이다. 탁상행정은 늘 이렇듯 어처구니없는 뒷북을 친다.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식을 조사해서,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현지인의 식탁에 한식이 오르게 하려면 이제는 한 번쯤 현지에서 조사해야 하지 않을까. 영국만 해도 한식을 팔거나 취급하는 곳이 100여 곳이 넘는다. 하루에 맞는 다른 문화권의 고객이 수천 명은 될 것이다. 한식세계화의 첨병 역할을 하는 이들을 통해 현지에서 어떤 음식이 선호되는지 알아보고, 이를 통해 정책을 세우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일의 순서가 아닐까. 현지의 사정을 모르고, 현지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한식세계화의 배는 결국 산으로 가게 되고 한식세계화는 계속 멀고도 어려운 숙제로 남는다.

한식세계화를 한다면서 대한민국 정부의 담당자들은 과연 궁금하지도 않은지? 영국에는, 유럽에는 과연 어떤 한식이 현지에서 가장 잘 먹히는지 궁금하지 않을까? 현지 한식당에 물어보면 되는데 왜 하지 않을까? 떡볶이와 신선로는 일단 아닌 걸로 나왔는데 그들은 정말 궁금하지 않은 걸까?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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