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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사이비 종교의 종말

hherald 2011.11.21 19:20 조회 수 : 7360




1995년 3월 20일. 월요일 아침. 일본 도쿄의 지하철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이날 도쿄 지하철 3개 노선 5개 차량에는 일본의 종교 단체인 옴진리교 신자들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비닐봉지에 담아 신문지로 다시 감싼 사린 가스를 들고 있었다. 승강구에 이 봉지를 내려놓고 끝이 뾰족한 우산으로 봉지를 찔러 독가스를 뿌렸다. 범인들은 지하철을 빠져나와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를 타고 달아났다. 독가스가 퍼진 지하철은 아비규환이었다. 6,300여 명의 지하철 이용객이 눈과 코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13명의 시민은 결국 숨졌다. 이것이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이다.

옴진리교라는 이상한 종교 단체의 신자들이 교주 아사하라가 주장하는 1995년 세상 종말론 예언을 실현하려 아무 상관 없는 시민에게 독가스를 살포한 이 사건은 16년이 지나 인제야 관계자 16명의 사형이 확정되면서 끝이 난다. 아니, 아직도 지명수배된 2명의 용의자는 잡히지 않고 16년째 도망 다니고 있으니 끝이라고 할 수도 없다. 아사하라 교주의 사형이 확정된 것은 2006년이다. 그는 지하철 사린 사건을 비롯해 13건의 테러로 27명이 숨진 옴진리교가 관련된 모든 범죄를 사주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1955년 세상을 구제하기 위해 구마모토라는 곳에 강림했다는 옴 진리교 창시자 아사하라는 날 때부터 시력장애자였다. 맹인학교에서 침구기술을 배운 그는 1977년 '참진리를 깨달았다'고 주장하며 84년 옴진리교를 만들었다. 가부좌를 튼 채 공중부양하는 사진, 달라이 라마와 만나는 사진 등으로 종교를 홍보했다. 실제로 도쿄에서 종교 법인으로 인증된 바 있으며 독가스 사건이 있고서야 인증이 취소됐다. 사이비 종교답게 출가 시 모든 재산을 교단에 기증하고 단체생활을 강조했고 신도들의 신앙심에 따라 노란 띠의 1단계, 주황색 띠의 2단계로 구분해 1단계 성장하는 데 약 1백만 엔을 받았다. 1백만 엔에 교주의 피도 판매해 마시게 했다.

종말론으로 두려움을 주고, 단체에서 빠지는 자는 협박, 감금하고 어쨌든 신도를 꽁꽁 묶어뒀지만 곪으면 터지는 법. 1995년 3월에 경찰의 전국 옴진리교 시설의 일제 수사 소식이 있었다. 옴진리교 간부는 경찰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을 계획한다. 물론 <1995년 11월 옴진리교 신자만이 인류의 아마겟돈을 극복하고 천년왕국을 건설한다>는 아사하라 교주의 종말론적 예언을 실현하려는 망상에도 빠져 있었다. 망상의 결과는 무고한 이들을 희생시켰다.

재판에서 사이비 종교의 교주는 좀 실망스러웠다. 세상이 망하고 옴진리교 신도만이 살아남는다는 자신에 차있던 교주가 ‘제자들이 마음대로 행한 일이다’라며 발뺌했다. 종말도 날짜 계산을 잘못해서 몇 년이나 몇십 년 뒤에 올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의 스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옴진리교 피해자와 가해자를 인터뷰해서 쓴 <언더그라운드>라는 논픽션을 보면 "옴진리교에 심취했던 사람들은 어리석고 무지한 광신도가 아니라 진지하게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 했는데 그 방법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기에 옴진리교에 빠졌다"는 내용이 있다. 그렇지만 신도가 착하다고 사이비가 달라지는 것은 없다. 

신도는 사이비를 보는 눈이 없다. 그것이 사이비인 것을 가장 잘 아는 이는 그것을 만든 교주다. 교주 아사하라는 종말이 오지 않을 것을, 옴진리교가 사이비인 것을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단지 사이비 종교의 종말만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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