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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영원한 독재는 없다

hherald 2011.10.24 18:13 조회 수 : 2003



카다피가 죽었다. 어떻게 죽었는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시신은 상의가 벗겨진 채 정육점 냉동고에 놓여 있다. 얼굴과 가슴에 총알 자국이 선명하다. 시신을 구경하려는 사람이 몰린다. 하지만 카다피의 시신이 구경거리가 되도록 두는 이런 처사가 바로 리비아 과도정부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오랜 독재는 이를 유지하려다 필연적으로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다. 안으로 썩은 걸 감추려 밖으로 누르다 보면 반발에 부딪히고 사람들은 분노하고 독재는 이 분노를 다시 눌러야 한다. 그렇지만 인류 역사 어디에도 영원한 독재는 없다. 물론 영원한 독재자도 없다. 아니, 오히려 독재자의 말로는 처절했다.

역사상 가장 처절한 말로를 보여준 독재자는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였다. 죄가 많은 그는 독일군 하사관으로 변장해 도망가다 이탈리아 공산당 빨치산에게 체포됐다. 62살의 늙은 하사관이 33살의 절세미인을 데리고 있는데다 군복은 초라한데 군화는 최고급이라 당연히 신분이 탄로 났다. 살려주면 거액을 주겠다고 애걸하다 사살됐다. 무솔리니와 그의 정부 페따치의 시신은 시민의 발에 밟히고, 얼굴에 총을 맞고, 밀라노 거리에 푸줏간의 고기처럼 거꾸로 걸렸다.

22년간 루마니아를 철권통치했던 차우셰스쿠는 죽어서도 처참하다. 살아서 자신을 위해 단일 건물로는 유럽에서 가장 큰 인민 궁을 짓고 아내의 이름을 딴 엘레나 궁을 따로 지었던 이 부부는 죽어서도 만나지 못하는 운명이다.  통치 기간 2만 명이 넘는 사람을 죽인 죄로 공동묘지에 묻힌 이들 부부의 묘에는 석곽도 비석도 없이 조그만 흙더미만 있다.주위에 철조망이 처져 있고 차우셰스쿠라고 쓴 녹슨 팻말 하나, 아내의 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더 충격적인 것은 두 구의 무덤이 있는 방향이 어색한데 당시 시민들이 이들 부부를 묻으면서 서로 얼굴을 마주 보지 못하도록 머리를 반대 방향으로 묻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분노가 어땠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아버지와 형에 이어 동생까지 42년간 니카라과를 지배했던 소모사 가족의 독재도 부자 모두 암살로 막을 내렸다. 가족 마지막 독재자인 아나스타시오 소모사는 재임 기간 3만 명을 죽인 죄로 망명지 파라과이에서 바주카포와 기관총을 맞아 시신이 산산이 조각나는 것으로 끝이 났다.

물론 이런 독재자들과 카다피는 달리 평가해야 할 부분이 있는 인물이다. 그렇지만 그가 독재자였던 것은 맞다. 그래서인지 그의 죽음을 보면서 어떤 독재라도 역사는 독재 정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독재는 영원할 수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한 번 더 보고 있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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