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7월 7일 전후로 하늘이 맑고 푸르며 높아진다는데 한편으로 바람이 불고 비가 자주 온다. 칠석날에 비가 오는 것은 견우와 직녀가 타고 갈 수레를 씻는 것이라고 수레 씻는 비, '세차우'라고 한다. 만약 칠석날 저녁에 비가 오면 만남의 기쁜 눈물이고 다음 날 새벽에 비가 내리면 이별의 슬픈 눈물이다.
칠석의 유래는 기원전 국가인 중국 주나라에서 시작된다. 2,000년이 훨씬 넘은 얘기다. 견우와 직녀는 비록 일 년에 한 번 만나지만 그래도 2,000번 넘게 만났다. 까막까치의 다리 오작교를 만든다고 까마귀, 까치 머리가 벗겨진 수도 그만큼이다.
올해 8월 22일, 칠석 일기를 보니 비 소식이 없다. 하긴 그만큼 만났으면 이제 안 울 만도 하다.
칠석의 전설은 중국, 대만, 한국, 일본, 베트남에 있다. 하늘의 목동인 견우와 옥황상제의 손녀인 직녀가 연애한다고(혹은 결혼하고서) 일을 안 하자 화가 난 옥황상제가 둘을 은하수 동, 서쪽에 갈라놓았다는 전설. 독수리 별자리의 알타이르(Altair)별과, 거문고 별자리의 베가(Vega)별이 된 견우성과 직녀성. 이런 중국 고대 설화가 각 나라에 전파된 걸로 보이는데 베트남의 견우와 직녀는 조금 달라서 직녀는 하늘의 공주, 견우는 땅의 목동이다. 하늘나라를 무단으로 이탈한 연애다.
중국에는 나뭇꾼과 선녀의 설화가 견우 직녀 전설의 한 부분으로 나오는 것도 있다. 옷을 훔치고, 두레박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얘기가 나온다.
칠석처럼 남녀 간의 정담이 담긴 명절은 어디에도 많지 않다. 그래서 중국과 대만에서는 칠석이 'Chinese Valentine Day'라고들 한다.
우리나라 칠석 풍속은 삼국시대 설화가 있고 기록은 고려 공민왕이 두 별에 제사를 지냈다는 것과 조선시대 <동국세시기>에 옷을 햇볕에 말리는 풍속을 소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5세기 초 고구려 광개토대왕 시대의 고분인 평안남도 대안시 덕흥리고분에 천장 벽화의 일부로 견우와 직녀 그림이 있다.
비단 폭을 펼쳐 놓은 듯 긴 띠(은하수)가 물결처럼 흐르는 양쪽에 견우와 직녀가 서 있다. 오른편의 직녀는 슬픈 표정으로 왼편의 견우를 바라보고 있다. 이별의 장면이다. 직녀 옆에는 검은 개 한 마리가 직녀를 바라보고 있다. 정작 견우는 소를 끌고 앞만 보고 걷는 모습이다. 직녀를 돌아보는 모습이 아니라 진짜 쿨하게 제 갈 길 가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별의 슬픔을 감추려 애써 직녀 쪽을 보지 않으려는 모습이 읽힌다.
누군가의 무덤(고구려의 대신 진鎭)에 견우와 직녀의 그림을 넣으면서 만남의 기쁨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이별의 슬픔을 그린 고구려인이다. 1,600년이 훨씬 넘는 그 시절에 말이다.
비단결 같은 은하수가 금방 쏟아질 것 같다는 칠석. 동쪽 직녀성과 서쪽 견우성이 빛을 발해 정말 1년에 한 번 별들의 강을 건너 만나는 것처럼 보인다는 그런 밤. 새벽 1시경이 되면 은하수, 견우성, 직녀성 별들이 가장 절정에 달한다는데 올해 기대해 볼까?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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