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양궁 8강전. 한국 선수의 상대인 대만 선수를 향해 당시 해설을 하던 서향순 해설위원이 이렇게 말했다. "남자같이 생겼죠? DNA 검사를 해봐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는데요. 또 여자를 좋아해요." 12년 전 이야기지만 여자 선수의 외모를 조롱한 이런 말이 뭐가 잘못 했는지 정확히 지적하자면, 여성스럽지 않은 외모를 이상한 것으로 비하했고,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 유도 48㎏급 8강 경기. 한국 선수와 맞붙은 세계 랭킹 1위 몽골 우란체제크 문크바트 선수에게 "보기엔 ‘야들야들’한데 상당히 경기를 억세게 치르는 선수"라고 했다. 또 하나. 상대 선수가 피아노를 전공했다고 하니 "저렇게 웃으니 미인대회 같네요. 피아노도 잘 치고 펜싱도 잘하고, 서양의 양갓집 규수의 조건을 갖춘 것 같은 선수네요."
스포츠 중계에서 성차별적 발언이 문제가 된 건 물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올림픽만 하면 은메달을 따도 아쉽다는 금메달 타령에 깊이 빠져있었다. 사실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은메달을 따고도 시상대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한국 선수. 다른 나라 선수들은 이해 못했다고 한다. 그나마 요즘 이런 금메달 타령에서 좀 벗어났는데 준비 안 된, 혹은 자격 미달의 중계로 성차별적 발언을 쏟는 건 여전히 문제다.
선수와 관련해 성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건 이렇다. 남자 선수는 경기력으로 표현한다. 빠르다, 강하다, 뛰어나다 등. 그런데 여자 선수는 경기력이 아니라 다른 조건을 부각한다. 예쁘다, 안 예쁘다, 결혼했느니 않느니, 나이가 많다 적다 등이다. 즉 남자 선수는 선수로 보고 여자 선수는 여자로 본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스물여덟이라면 여자 나이론 많은 나이>, <결혼을 하고 실력이 상승한 것 같다. 이것은 사랑의 힘>, <박수 받을 만 하죠, 얼굴도 이쁘게 생겨가지고> 등이 지적됐다. 그래서 네티즌이 일침했다. <저번 대회 성적이 어땠는지, 컨디션은 어때 보이는 지, 평소엔 어떤 스타일로 게임을 진행하는지, 무슨 기술이 주특기인지, 지금 누가 우위이고 어떻게 해쳐나가야되는지 뭐 이런거 설명하라고 있는 게 해설 아닌가> 맞다.
생각해보자. 스포츠 중계, 그것도 많은 이가 주목하는 올림픽 중계를 하면서 어느 누가 애초부터 성차별 발언을 할 의도가 있었을까. 여자 선수의 외모나 여성성에 대한 말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런 발언을 한 것이다. 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까. 이런 것이 성차별이란 걸 모를 만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것 아닐까. 그것이 더 큰 문제다. 성차별이란 걸 모를 만큼 만연해 있다는 사실.
여자 선수는 과연 스포츠 해설자의 말처럼 사랑의 힘으로 실력이 향상됐을까. 천만에. 훈련의 힘이요, 땀의 결과다. 알면서 왜 그런 말을 할까.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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