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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도마 안중근을 10만 원 지폐 모델로?

hherald 2016.05.16 19:07 조회 수 : 1489

 


영국의 50파운드, 미국의 100달러, 일본의 1만 엔 정도에 해당하는 10만 원 지폐가 만약 만들어진다면 어떤 인물이 들어갈까 하는 논쟁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종종 일어난다. 자신이 지지하는 인물을 넣어서 만든 가상 지폐가 소개되기도 한다. 가장 최근에 본 것은 도마 안중근 의사.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이 잘린 손도장과 영정,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하는 현장 그림이 든 10만 원권 지폐다.

 

 

도마 안중근 의사. 그는 백범 김구 선생과 함께 가상의 지폐 모델로 가장 많이 지명되는 인물이지만 어찌 보면 한편으로 김구 선생만큼 현대사에서 가장 많이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은 아니라 해도 업적에 비해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위상 많이 초라해진 느낌이 든다. 김구 선생이야 이승만을 칭송하는 무리가 만든 의도적인 깎아내리기의 희생물이라지만 안중근 의사에 대한 불호는 오늘날 뒤늦게 생겨난 자발적 친일파에 의한 폄하라 더 억울하다. 국수주의자 또는 테러리스트로 보는 시각은 자신이 자발적 친일파라고 공공연하게 밝히는 부류가 오염시킨 것이다.

 

 

얼마 전 여자 아이돌 그룹의 멤버 둘이서 안중근 의사 사진을 보고 누군지 몰랐다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안중근 의사를 긴또깡(김두한의 일본식 이름)이나 도요토미 히데요시라고 말하니 무지한 것도 문제인데 상황을 희화화했다는 비난이 더 보태졌다. 사실 몰라서 모르는 이 여자 아이돌들은 "무지가 잘못임을 배웠다"는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그렇지만 먹잇감을 문 황색 저널리즘은 "해도 너무했다"는 식으로 이들을 계속 뜯고 있으며 심지어 "한류아이돌이란 수식어를 달 자격이 있느냐"는 비난까지 한다. 애초에 이 여자 아이돌들의 상식을 기대하지 않았을 거면서, 이들의 엉뚱한 답을 재미로 삼는 것이 많은 방송의 공식화된 의도였으면서 상식이 부족할뿐인 사람에게 사람 자체가 잘못됐다고 나무라는 형상이다.

 

 

단, 그들은 또래 청년들과 비교해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기 힘들었을 것이지만 그래도 아이돌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인 만큼 어느 정도 교양은 필요하고  이런 소양을 닦는데 소속사와 개인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공감한다. 그런데 화가 나는 건 그 아이돌이 아니라 왜 안중근 의사를 모르는지 그 현실에 화가 난다. 예를 들어 십만 원권 지폐가 있어 안중근 의사가 있다면 과연 여자 아이돌들이 몰랐을까. 억지로 비교한다면 안중근 의사가 살해한 이토 히로부미는 20년 넘게 일본 1000엔짜리 지폐에 들어있었다. <한류문화를 확산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역사에 대한 인식을 좀 더 키워야하지 않을까>라고 20대 초반의 여자 아이돌에게 점잖은 척 조언하지 말고 그 아이돌들이 <역사에 대한 인식을> 키울 토양을 좀 만들라는 거다. 먹물임을 자처하는 인물들이 나서서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라고 내지르고 관심 받으려 하는 마당에 몰라서 '긴또깡'이라 답한 얘들을 뭐 그리 잡을 일 있나.

 

 

안중근을 폄하하는 것이 새로운 역사적 시각이라는 자발적 친일파가 미워서라도 10만 권이 나온다면 반드시 넣자고 나서야겠다. 참 실없는 화풀이가 다 나온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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