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는 죽여도 돼>라고 적힌 방패 팻말을 들고 극우집회에 나온 사람이 있다. 승려 복장을 했지만, 사실은 조계종에서 승적이 영구말소 됐다는 이 사람은 2014년에 단식 중인 세월호 유가족이 몰래 숨어서 초코바를 먹는다고 허위 소문을 퍼트린 바 있다. 이 사람의 섬뜩한 방패 팻말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그려져 있다. 나라가 걱정돼 견딜 수 없어 거리로 나왔다는 이 사람은 과연 애국자일까?
박 대통령의 팬클럽인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과 같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특검팀과 헌법재판관을 위협하는 글이 계속 올라온다. 박영수 특검의 집 주소를 알리고 <많은 애국민들이 대한민국을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전라짱깨 박영수를 작살 내려고 벼르고 있다>고 썼다. 이에 화답한답시고 <밤에 숨어있다 오함마>, <벽돌 들고 뒤통수를> 같은 댓글을 단다. 과연 이들이 그들 표현처럼 애국민들일까.
이정미 헌법재판관에게는 아예 살해를 예고한다. 앞서 말한 박사모 사이트에서는 헌재가 현재 재판관이 8인인데 이정미가 사라지면 7인이 되니까 박 대통령 탄핵 심판 전에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쓴 이는 <저는 이제 살 만큼 살았다. 나라를 구할 수만 있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이정미를 죽여버릴랍니다>라고 한다. 이 사람의 행동이 과연 나라를 구하는 것일까. 이 사람은 과연 애국자일까?
어디까지 가자는 건가? '청년암살살수단' 지원자를 모집한다는 내용도 나왔다. <언제라도 죽음을 준비한 분으로서 유서를 작성해둔 20~65세의 지원자를 찾는다. 무술에 능한 이는 더욱 좋다>고 한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무술을 전혀 못해도 유관순, 윤봉길, 안중근처럼 사즉생의 각오로 좌초될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고자 하는 애국열사를 모신다>며 애국열사, 의사들까지 끌어와 욕되게 한다. 유관순, 윤봉길, 안중근의 이름을 이런 광기의 장에다 가져와도 되는 걸까.
대책 없는 극우는 자신이 애국자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대부분 맹목적으로 극우로 자랐다. 제대로 된 비판정신이 없어, 아니, 제대로 된 판단력이 없어서 <조선놈들은 무조건 때려야 말을 들어> 따위의 쓰레기 언어를 철학인 양 지껄인다. 자기 자신은 존엄하고 남은 것은 다 후지다. 여성비하나 아랫사람 학대를 교육이라고 혼돈한다. 대책 없는 극우는 절대 애국자가 아니다. 이들은 애국자가 못 된다. 애물단지다. 사회의, 국가의, 조국의, 세계평화의, 인류발전의 애물단지다.
하나 덧붙일 얘기는 한인헤럴드에 태극기 집회 광고가 나갔다고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전화가 왔다. 무서워라. 무가지에 무슨 불매운동은... 웨스터민스터 카운슬에 집회신고를 하고 지면을 사서 광고를 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태극기 집회가 싫으면 논리로 상대를 대해야지 한인헤럴드에 전화로 욕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당신, 진짜 애국자인가? 익명성 뒤에 숨어 욕하는 어쭙잖은 용기로는 태극기 집회, 못 이긴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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