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킹스톤 시청사에서 제36대 재영한인총연합회 횡승하 회장의 취임식이 있었다. 그렇게 많은 한인이 모였다는 사실에 놀랐는데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더 모여 주최 측이 준비한 자리가 모자랄 정도였다. 영국에 있는 많은 한인 단체 대표들이 대부분 참석했고 웃는 자리에 사람이 많으니 취임식은 당연히 축제가 됐다.
단상에 올라 인사를 한 황승하 회장이나 축사를 한 박영수, 신우승 두 전임회장 모두 한인회가 제자리를 잡고 진정으로 한인에게 봉사하길 원했다.
이날 참석한 많은 한인을 보면서 한인회가 진정 다시 태어나라는 요구를 한인들로부터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인회는 봉사단체다. 진정한 봉사는 대상자(한인들)가 모르고 있는 혜택을 찾아서 대상자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것이다. 지금 영국 한인사회에 있는 한인회를 비롯한 몇몇 단체의 문제는 한인 혹은 회원들에게 돌아갈 혜택을 일부 인사들만 독점하면서 그런 독점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것에 길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두렵다.
신임 한인회장 취임식이 그런 변화 중 하나요, 그래서 모두에게 축복인 잔치였다. 이런 잔치가 일부에게는 재앙이란 게 문제다.
이렇게 많은 한인이 모인 것은 최근 한인회를 둘러싼 문제에 대한 한인들의 집단지성 集團知性이다. 이날 집단지성을 떠올린 건 당연하다. 다수의 건전한 지식과 이를 통한 협력으로 소수의 '척'하는 알량함을 무력화할 수 있는 우리 한인들의 능력을 보았기 때문이다. 다수의 건전한 지식은 전문가인척하는 소수의 거짓 지식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든다.
집단지성에 끼지 못하는 몇 사람, 그들의 고유언어는 정관, 감사, 총회, 소송 등 몇 개의 단어만 반복해 사용하면서 지식인 양 전문가인 양 포장한다. 몇 번을 들어도 그 말이 그 말이다. 이를 지겹도록 반복해 한인들이 '둘 다 싫다'하는 양비론에 빠지길 원한다. 그것뿐이다.
이로써 내 이웃이, 우리 사회가 무슨 일을 겪을지 생각하지 않는다. 타인의 입장을 생각할 능력이 없다. '악의 평범성'이라고 하는데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데 무능력한 것, 자신에게만 좋다면 그만인 것. 잘못인 줄도 모르고 있다고 죄가 없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입장을 생각할 능력이 없는 것. 큰 잘못이다. 나만 잘돼야 된다고 생각하니까 죄다.
그래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회장이 바뀌어도... 이를 내가 받던 특혜가 끊기거나 그동안 나눠 먹던 특혜가 들통나게 될 때가 온 걸로 느낀다. 드디어 재앙이 온 것처럼 느껴지는 거다.
당연한 말이지만 둘 이상 모인 곳의 리더는 더 깊은 통찰력과 더 높은 전문가적 자세가 필요하다. 영국의 한인사회도 그런 자격을 갖춘 이들이 리더가 돼야 한다는, 진정 다시 태어나라는 요구를 한인들로부터 받고 있다.
제36대 재영한인총연합회 회장 취임식에서 만난 한인들의 집단지성도 그런 시대적 요구를 부르고 있었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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