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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신년 초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을 "신통치 않다"고 흉봤다는 뉴스가 나왔다. 신년 하례 차 방문한 측근들에게 박 대통령이 똑똑한데 결혼 안 하고 혼자 사니까 잘 못 한다는 식의 얘기를 했다. <아무리 머리 좋아도 인간관계라는 게 부부간에 살면서 싸우면서 좋은 게 많이 나오는데 혼자서 어떻게 하겠어?>라며 좋은 보좌관이 있어도 말을 안 듣고 제멋대로 해서 망쳤다는 내용의 얘기를 측근들에게 했는데 이것이 언론을 탔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문제를 혼자 사는 전체 여성의 문제로 비화한 것에서 벌써 수준 이하의 식견을 드러낸 것이지만 무엇보다 전두환이 박근혜를 흉본다니까 뭐라 해야 할까. 말 그대로 오십보백보 五十步百步 요, 주축일반 走逐一般 이라고 할까. 불쑥, 도토리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날 개인적으로 더 주목한 것은 부인 이순자 여사가 전두환과 자신의 회고록이 곧 나온다고 밝힌 점이다. 이순자는 전두환이 자서전을 총 3권으로 준비했는데 자신도 <영부인으로서 청와대 시절을 기록한 책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순자의 회고록 준비는 10년 전부터 시작됐다는데 일부는 언론에 공개된 바 있다. 회고록 제목은 <퍼스트레이디 스토리>. 집필을 끝내고 내용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혀 기다려지지 않는 이순자의 회고록이지만 단 하나, 내가 영국에 살다보니 들은 바가 있어 과연 그 속에 1986년 4월 8일 영국 방문 얘기가 있을까 하는 점은 궁금하다.

 

 

당시 이순자 여사의 영국 방문 일화를 하나 소개한다. 정구선 전 강북한글학교 교장선생님에게 직접 들은 내용이다. 이순자 여사는 방영 당시 웨스트민스터에 있는 메릴랜드 유아원을 방문해 아이들을 안고 선물을 주는 등 <대한늬우스>에 나올 홍보물을 많이 찍었다. 그리고 재영동포들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정구선 전 교장이 영국에 있는 한글학교를 고국에서 좀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러자 이순자 여사는 참 요상한 비유를 들어 거절했다. <아이가 많은 집에 이불은 하나뿐인데 춥다고 한 아이가 당기면 다른 아이가 춥고 또 한 쪽에서 당기면 다른 쪽이 춥다, 지금 한국 정부의 형편이 그렇다, 어디를 도와주면 다른 곳을 못 돕게 된다, 그러니 해외 한글학교는 자립해서 운영하도록 하라, 특히 영국은 살만한 곳이니 잘할 것이다,> 이랬단다. 자신은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당시 김옥길 문교부 장관에게 스스로 자랑하던 영부인의 대답이 이랬단다.

 

 

비유해도 그렇지. 재외동포 2세 교육에 지원해달라는데 무슨 이불이 나오고 설령 춥다고 당기는 곳이나 그래서 추워지는 곳이 있다면 다 돌봐야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 아닌가. 확인된 건 아니지만 어느 영국 유학생이 <이순자가 영국의 최고급 헤롯 백화점에서 80년대 중반에 하루 10만불어치 쇼핑을 했습니다.>라고 2003년 5월 19일에 작성한 글이 있다. 설령 풍설이라도 이런 말이 들리는 이유는 국민들로부터 사치스럽다는 비난을 달고 살았던 자신의 행태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하던 날 공식 석상에 하루 5벌의 옷을 선보였다고, 특히 한복의 금박무늬는 사치스러운 이순자가 연상된다고 수근댔었다. 최순실을 몰랐던 때다. 그런데 이제 보니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라고 전두환이 보장했던 이순자의 새세대육영회도 박근혜의 새마음봉사단처럼 국민 마음과 동떨어진 채 국민운동이란 이름만 달고 썩어가던 모습이 참 닮았다.

 

 

그리 본다면 적어도 전두환 이순자는 박근혜에게 동류의식을 느껴야지 비난할 처지는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으로서의 할 일을 제대로 안 한 것도 그렇거니와 한 인간으로서의 도리조차 못하기는 서로 주축일반 走逐一般 이기 때문이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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