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경 재외동포재단이 세계 각지에 있는 한인회에 대해 등록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 적이 있다. 이른바 '한인회 등록제'. 동포재단의 시행 근거는 한인회가 다른 단체와는 달리 공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정부에 등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등록을 하면 나라에서 주는 공적 지원의 대상 명단이 되고 무엇보다 분규를 사전에 에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어디를 가나 한인회 하면 떠오르는 가장 골칫거리가 분규다. 현재 전 세계에 있는 한인회를 약 600개로 추산한다. 잘 되는 자랑스러운 한인회도 있고 소위 분규지역이 돼 한인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억지춘양 한인회도 있다. 그런데 한인회라는 것이 자생적인 단체이기 때문에 그것이 분규가 됐건 말건 그 권리는 그 단체에 속한 회원들에게만 있는 것이다. 분규가 되고 통합을 하고 하는 일련의 과정도 그 한인회에 속한 회원들의 의지와 의견에 따른 것이다. 아무도 인정하든 말든 몇 사람이 모여, 또는 남아서 내가 한인사회의 대표라고 주장하는 것도 한인회는 자생적 단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둘이 될 수도 셋이 될 수도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한인회를 동포재단이 등록시키겠다는 것은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반발에 부딪힌다. 해외 한인회는 재외동포재단의 산하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인회를 정부가 통제한다는 것 자체가 한인회의 설립 목적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 거의 100%의 한인회가 주재국에 사는 한인들의 화합과 친목을 위해 존재하지 모국 정부에 충성하려 존재한다고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영국 한인회처럼 소수의 인물이 한인회라는 낡은 유물을 쥐고 서로 대표라고 싸우는 모습을 보면 일견 등록제가 맛은 쓰지만, 약이 될듯하다. 한인회가 분규 되고 새로 생기고 난립하는 것이 해결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끈 떨어진 동네에서 둘이나 셋이 남아서 내가 정통이니 뭐니 하는 것도 막을 방법이 된다. 등록제에 맞춘 한인회가 되려면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할테니까 지금처럼 만신창이 한인회에 두 세 사람이 골방을 지키며 정통 한인회 운운하는 코미디는 없을 테니.
한인회가 분규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한인들에게 온다. 앞서 말했듯 한인회는 자발적 조직이어서 분규가 나면 재외동포재단도 대사관도 이를 어찌할 권한이 없다. 지지고 볶는 그들이 해결할 문제인 것이다. 단 분규 지역이어서 규정에 따라 정부 지원만 끊을 뿐이다. 즉 공적인 기능을 할 곳이 없어진다. 그러니까 통상 분규 지역의 사례를 보면 몇 사람이 편을 나눠 싸우고 갈라서고 다른 단체를 하나 더 만들면 정부의 혜택이 끊어지는 것 외에 다른 변화는 없다. 그걸 알면 대표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싸우고 갈라서는 유치한 이기심을 버려야 한다. 지금 한인사회의 피해는 그렇게 발생한 거다
오죽하면 한인회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는 등록제를 끄집어내 얘기하는지 들을 귀를 가져주시길 바란다. 영한회니 한인회니 운운하는데 이제는 제발 제대로 된 하나의 한인단체로 환골탈태할 시기가 오지 않았나. 협상의 테이블이 마련됐다면 다시 또 그 구태의연한 주장을 하는 구시대의 인물들은 제발 빠져주시길. 그동안 이만큼 불이익을 당한 재영한인들에게 산뜻한 화합의 소식을 주길. 그 기회가 딱 지금 아닐까.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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