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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페미사이드(femicide), 그 찌질한 패악질

hherald 2016.05.23 19:15 조회 수 : 1343

 

강남에서 친구와 놀던 23세의 여성이 화장실에 갔다가 처음 본 남자의 칼에 살해당했다. 피의자에게 조현증 병력이 있어 이 사건은 정신병자의 소행이었다고 치부하고 넘어갈 뻔했는데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죽어야 했던 피해자를 추모하는 열기가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뜨거워졌고 이 사건을 '여성혐오범죄'로 규정했다. 다음에는 나 아니면 내 딸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여성들의 공포와 분노는 커졌다. 아니 여성만이 아닌 전체의 공포로 다가온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남성이라는 이유로 살해하는 것을 '젠더사이드(gendercide)'라 한다. 전쟁 시 상대 전투력을 없애려 남성을 골라 죽이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젠더사이드는 페미사이드(femicide), 여성살해다. 이번 강남 노래방 화장실 살해는 한국 사회를 페미사이드의 충격에 빠뜨렸다. 어쩌면 이 사건으로 이제야 페미사이드의 문제를 인식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은 페미사이드가 문제가 되는 국가다. 당장 통계로 봐도 유엔마약범죄사무소의 2013년 조사에 한국은 전 세계 202개국 가운데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살해되는 7개국에 포함된다. 통상 살인사건은 가해자 대부분이 남성이고, 피해자도 남성이 더 많다. 193개국의 남성 피해자 비율이 평균 78.7%. 반면 한국은 통가, 아이슬란드, 일본, 뉴질랜드, 라트비아, 홍콩과 함께 여성 피해자 비율이 더 높다.

 

우리는 페미사이드로 흔히 아랍권의 명예살인을 떠올린다. 그걸 비난할 수야 있지만 찌질한 한국 남자들의 여성혐오를 보면 거의 '오십보백보'다. 사실 극우 사이트 일베가 가하는 여성혐오를 보면 페미사이드의 폭력이 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우리는 '김여사'를 몰랐고 '된장녀'를 만들고 싶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이기적으로 운전하는 여자가 김여사였고 명품만을 좋아하는 여자가 '된장녀'였다. 일베들이 쏟아내는 사회적 불만 중 많은 부분이 여성을 대상으로 했고 그에 중독돼 죄의식이 희미해진 가운데 가해진 폭행을 단지 '묻지마 폭행'으로 명명했지 않을까.

 

'남자들이 역차별당하고 있다?'라는 지리멸렬한 논리를 펴는 순간 그 남자는 비열하게도 자신을 피해자의 입장에 놓는다. 피해자이기 때문에 자기 일탈을 자기 스스로 용서할 수 있다는 것이니 얼마나 비열한가. 그래서 강한 상대를 만나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보다 약하고 어쩌면 더 힘든 삶을 사는 만만한 상대를 찾아서 비열한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사회적 불만을 사회적 약자에 전가해 화풀이하는 것. 패악질도 그 얼마나 찌질한 패악질인가. 제발 분노해야 할 대상에게 분노하라. 

 

'여자가 나를 무시해서' 여자를 때렸다거나 여자를 죽였다는 터무니없는 이유가 처음이 아닌데  우리는 이제서야 분노하는 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함께 처벌하고, 방지하고, 예방하고, 아니 그 어떤 방법을 다 동원하더라도 제대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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