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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교장 선생님 옷에 달린 별 세 개

hherald 2016.05.16 19:06 조회 수 : 1416

 


지난 토요일 런던한국학교에서 통일 골든벨 행사가 있다고 해서 갔다. 날짜가 5월 7일인지라 5일 어린이날 행사를 겸해 모범 어린이 표창도 있었고 8일 어버이날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주목한 것은 교장이 옷에 별 세 개를 오려 붙여온 것이다. 어깨에 달았다면 3성 장군이 됐겠지만, 학생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커다란 별을 만들어 옷에 붙였다. 교장은 어린이날을 얘기하며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을 소개했다. 그리고 그가 쓴 시 '형제별'을 학생들에게 읽어줬는데 이해를 돕고자 옷에 별을 만들어 붙여온 것이다.  

 

 

<날 저무는 하늘에 별이 삼형제 / 반짝반짝 정답게 지내이더니 / 웬일인지 별하나 보이지않고 / 남은 별만 둘이서 눈물흘린다.>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 방정환 작사·정순철 곡으로 실렸던 '형제 별'. 한국학교 교장은 이 시를 학생들과 함께 낭독하고 설명하며 우리 민족이 갈라선 슬픔 운운했는데 이 시는 방정환이 직접 쓴 시가 아니라 일본인 음악가가 쓴 시를 방정환이 개사한 것이라서 우리 민족의 정서를 붙이거나 끄집어낸다면 억지다. 어린 학생들이야 어려운 얘기여서 지나칠 수 있고 교장 선생님 옷에 달린 별이 더 신기했겠지만... 아뿔사, 이렇게 얘기한다고 학생들에게 1930년대의 아름다운 동시를 들려주고,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선생을 알려주려한 교장의 노력을 깎아내리려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있는 학교의 특성상 모든 학생이 쉽게 이해하라고 별을 만들어 달고온 교장의 눈높이 학습에 오히려 감동했고 놀랐다. 사실이다. 나는 젊은 시절 짧은 신문 기자 경력이 있는데 당시 교육청 출입 담당이어서 많은 교육자를 만났다. 교장이 몸에 별을 달고 스스로 부교재가 되는 눈높이 코스프레를 본 적이 없고 그때는 이제나 상상도 못 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하는 행사 중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거의 유일한 행사가 통일 골든벨이 아닐까. 통일 골든벨은 퀴즈대회다. 통일, 남북관계, 우리나라 역사 등을 퀴즈로 만들어 청소년들이 대결을 벌인다. 이런 분야의 문제를 퀴즈로 만들었다는 것은 딱딱한 통일 안보 분야를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를 더했다는 것인데 그로 인해 청소년에게 자연스레 통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역사관이나 국가관을 심어주는 행사라는 후한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이날 본대회 전에 길게 늘어진 식전행사나 내빈들의 인사말 행렬은 10대들의 표현처럼 재미도 감동도 없었다. 평화통일을 강조하려 내세운 북진통일이나 멸공통일의 설명도 사족이었다. 아이들 학교에 와서 아이들 데려다놓고 아이들 눈높이에 못 맞추면 아이들은 진 빠지고 연신 하품만 할 수밖에.

 

 

눈높이를 모르니 어린이 불러다 엉뚱한 소리가 나온 곳이 또 있다. 어린이날 청와대는 다문화가정, 도서지역, 벽지에 사는 초등학생 300명을 초청해 행사를 했다. 행사 도중 전남 완도에 사는 초등학교이 "대통령님, 저는 발명가가 꿈인데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작은 섬이기 때문에 발명가가 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박근혜 대통령의 답. "전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라는 곳이 전국에 17개가 있다. 여기에 찾아가 '이런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가 있다고 하면 도와줄 것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발명가가 되고 싶은 초등학생 아이에게 준 대통령의 조언이 창조경제혁신센터?

결국, 한국학교교장의 옷에 단 별 세 개가 반짝반짝 제일 빛났다는 얘기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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