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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갑질

hherald 2016.04.11 17:14 조회 수 : 1174

 

지난해 한창 뜨는 시기에 있던, 그러니까 당시 나는 몰랐지만 젊은층에게는 대부분 알려진 유명세를 타던 남자 아이돌 그룹이 화보 촬영차 영국에 왔다. 여러 대의 자동차를 빌려 영국 곳곳을 다니며 촬영을 했는데 일정 내내 좀 건방지게 굴었던지 아이돌 그룹을 수행한 사람들의 뒷말이 이구동성으로 좋지 않았다. 존댓말인지 반말인지 모를 어중간한 말투, 매니저나 코디네이터를 하인 다루듯 하는 태도 등 거슬리는 것이 많았다는데 급기야 이십대 초반의 이들은 아버지뻘도 더되는 사람이 운전하는 랜트카에서 담배를 피웠다. 전체 촬영 기간 이동을 책임진 사람은 당시 다른 차를 운전하고 있어 아이돌 멤버가 담배를 피운 그 차를 운전하지 않았지만 자기 차에서 담배를 피운 것보다 더 화가 났다고 한다.

 

수차례 건방진 행동을 묵과했지만 이건 너무했다 싶어 아이돌 그룹 멤버 모두를 차에서 내리곤 더 이상 운전을 못 하겠으니 걸어서 가든 알아서 하라고 겁을 줬다. 영국의 어느 황량한 시골길이라 초행의 그들에게는 황당한 일이었다. 그런데 잘못했다고 사정하는 건 그들을 따라온 매니저, 코디네이터 등이었고(뭔가 비슷하다.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이 경비원을 폭행했는데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이 대신 사과했다) 정작 담배를 피운 멤버들은 '뭐 이런 이상한 인간이 다있느냐'하는 식으로 쳐다 봤다고 한다.

 

그 책임자는 더 열을 받았다. 내가 아는 그 사람 한 성깔하는데, 드디어 육두문자에, 고함에, 과도한 액션에, 험악해진 얼굴 표정까지. 그렇지만 훈계 내용은 공자님도 손뼉 칠 정도였다. 아버지뻘 되는 어른 앞에서 담배 피우는 놈들이 뭘 보여 준다고 아이돌이냐고,  인기 있을 때 잘 하라고, 더 겸손할 줄 알라고, 그렇잖으면 인기 떨어지면 그걸 못견뎌 자살하네 약하네 어쩌네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인기를 얻는 만큼 제대로 행동하라고. 그 사람 표현대로 <한참 미친듯 고함치고 지랄하니까> 그제야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사과를 했다고 한다. 성격을 짐작컨데 아이돌 그룹은 겁에 질려 잘못했다고 했을 것이다.

 

사과를 받고 나서야 그는 아이돌 그룹을 다시 차에 태웠다. 그런데 다시 출발한 차 안에서 매니저, 코디네이터들의 표정에는 '더 하지 왜 벌써 용서해?'하는 서운함이 가득했다고 한다.

 

최근 자신의 차를 운전하는 사람을 향한 폭언과 폭행, 소위 좀스런 회장님들의 '수행기사 갑질'을 보다가 지난해 들은 얘기를 적어봤다. 위의 아이돌 그룹은 내용도 다르고 정작 갑질도 해보지 못하고 된통 혼 난 얘기지만 현대가의 정일선 사장 같은 경우를 보니 말문이 막힌다. 그렇게 사는 인간이 자기 사과문에 있는 <저의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분들께 깊이 머리 숙여 사죄드리며 용서를 구한다>는 내용처럼 과연 <경솔한 행동>이 무엇이었는지 알며, <상처를 받은 분들>을 알며, <깊이 머리숙>일 줄 알며, <사죄 드리며 용서를 구>하는 것이 무엇인 줄 알까. 재수가 없어서 드러난 일이기에 누군가가 써준 내용을 흔한 말로 영혼 없이 읽는 것으로 사죄를 했다고 손을 털었을 것이다. '갑질'이 해서는 안 되는 '나쁜 짓'이란 걸 모르고 자랐거나 아예 그것이 '갑질'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직업이나 직책에 '질'이 붙으면 그 일을 비하하는 의미가 된다. 잘하면 사장님이지만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이나 몽고식품 김만식 전 회장처럼 운전사를 상습적으로 폭언하고 구타하면 '사장질, 회장질'을 하는 것이다. 갑질은 도둑질 강도질에 못지 않다. 우리가 갑질을 욕할 때는 '갑질'은 해서는 안 될 '못된 짓'이라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갑질은 해서는 안 되는 짓이요, 배워서도 안 되는 짓이다.

 

앞서 말한 아이돌 그룹은 요즘 잘나가는지 어제도 한국방송에서 봤다. 지난해 영국의 어느 시골 길에서 혼쭐난 값진 교훈 덕분에 쓸데없는 갑질을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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