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무엇일까.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기느냐 하는 것이란다. 이런 질문은 굳이 정의하기 어렵다. 현실에서 그런 기회가 좀처럼 없어 싸움이 없는데도 '누가 이길까' 우린 이런 질문에 집착한다. 분명 호랑이와 사자는 싸울 일이 없고 싸울 뜻도 없는데.
뜬금없이 들릴지 모르나 그럼 국회의원이 높을까 대통령이 높을까. 이런 질문은 통상 더 쳐주는 쪽이 있어서 서열을 댈 수 있다. 국가 의전서열이란 것도 있어서 국회의장이 돼도 대통령 다음이다.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장관 순으로 정해진 의전서열을 우리는 대충 알고 있다. 그래서 열에 아홉은 대통령이 높다고 답할 것이고 무리는 아니다.
그럼 대통령은 국회의원보다 반드시 높을까. 예,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왜냐, 민주 국가에는 삼권분립三權分立이란 것이 있다. 아시다시피 입법, 사법, 행정. 이 세 가지 국가의 권력을 다수의 기관에 분산시켜 권력의 균형과 견제를 꾀한다. 혼자서 제뜻대로 휘두르지 못하도록.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고 국회의원은 입법기관이다. 통상 대통령은 국회의장보다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정확히 보면 행정부와 입법부는 다른 기관이며 다른 기능을 하기에 상하가 있는 종속기관이라 할 수 없다. 대통령이 높다고 하지만 국회의원보다 당연히 높은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높고 낮음을 논할 수 없다. 삼권분립은 민주국가의 기본이다. 이것이 없으면 독재국가다. 북한은 삼권분립이 없다. 그래서 독재국가요, 후진적 국가 형태를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민주국가라 하려면 이런 삼권분립이 철저히 지켜질 때 가능하다.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하고 국회의원은 지역 주민이 선출한다. 둘 다 선출직이다.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그런데 작금의 사태를 보면 새누리당의 국회의원 중 특히 대구의 국회의원은 지역 주민의 투표를 통해 나오는 선출직이 아니라 대통령이 마음에 들면 한 자리씩 떼주는 임명직처럼 보인다. 당의 정서에 맞지 않으면 공천을 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당의 정서라는 것이 무엇일까. 국회는 청와대의 종속기관이 아니라 독립된 기관인데 지금은 분명히 서열이 있다. 새누리당에는 이상한 서열이 너무 명확하다.
국회의원 후보자를 정당이 추천하는 공천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54년 이승만의 자유당 5·20 총선 때다. 당시 이승만은 두고두고 대통령을 하고 싶었는데 중임제한에 걸려 있었다. 그래서 중임제한을 없애는 헌법 개정이 필요했고 헌법을 개정하려면 3분의 2 이상 국회의원이 필요했다. 자유당 단독으로 헌법개정을 하려면 3분의 2 이상 자유당 의원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자유당은 이승만의 지시에 절대복종하고 이승만의 중임제한을 없애는 헌법 개정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다는 서약서를 낸 후보자만 공천했다.
60년이 지났는데 서약서만 없지 모습이 같다. 특히 대구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공천을 주는 모습은 서약서와 임명장을 바꾸는 형상으로 보여 60년 전보다 더 치졸해 보인다. 새누리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지역의 정서도 참 후진적이지만 그 임명장을 향해 납작 엎드린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충성서약이 너무 한심하다. 사자와 호랑이가 싸워 누가 이길지 모르듯 대통령이 반드시 국회의원보다 높다고 보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닌데 권력 앞에 애써 스스로 낮은 해바라기를 자처하며 비굴해지는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을 보는 마음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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