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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전두환 전 대통령은 영국을 방문한 최초의 한국 원수다. 1986년 4월 8일인데 다음 날 오전 다우닝 총리 관저에서 대처 총리와 한.영 정상회담도 했다. 통역만 따라 들어간 단독회담이다. 그 시간에 이순자 여사는 영국 유아원을 방문해 흑인 여자아이를 안아주는 "대한뉴스"를 찍었다. 전두환은 이런 일을 기념우표로 곧잘 남겼다. 당시 70원짜리 '전두환 대통령 구주 4개국 방문(영국)' 기념우표를 보면 안경을 쓴 전두환 대통령의 얼굴 위에 한.영 국기가 있고 뒤에 빅벤이 있다. 당시 전두환은 독일, 프랑스, 벨기에도 방문했다.

 

 

방영 당시를 회상한 일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미국산 소고기 파문으로 전 국민의 저항을 받고 있을 때 전두환이 이명박을 두둔한다고 한 말이 <이명박이 타이밍이 안 좋아서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다.>고, 즉, 외교 관계란 것이 실무자들이 여러 달에 걸쳐 절차를 밟아 놓으면 <마지막에 대통령은 내용도 모르고 사인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두환은 회상하길 <나도 그런 게 몇 가지 있는데, 과거 영국을 방문해 대처 수상(총리를 수상이라고 했나보다)을 만날 때 난 잘 모르는데 우리 국방부 장관이 영국과의 무슨 협상과 관련해 '이렇게 하십시오'라고 해서 그렇게 했고, 대처 수상이 그것을 고맙게 생각해서 3개월 뒤에 한국을 방문해 줬다>고 했다. 글쎄, 내용도 모르고 장관이 그냥 하라고 해서 했다는데, 다른 대통령도 다 같을 것이라는 생각인지, 어쨌든 하지 않아도 될 말이었다.  

 

 

전두환의 영국 방문은 노무현, 박근혜 대통령처럼 국빈 방문이 아니다. 하긴 국빈이라니 언감생심焉敢生心. 그때 영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는 환영식이 아닌 반대 데모를 하자고 영국 교민회에 알려 왔다고 한다. 

당시 영국 한인사회에는 교민 중심의 '교민회'와 주재상사원 중심의 '한인회'가 있었다.('영우회'라는 친목단체도 있었다) 교민회는 전두환 대통령의 방문을 맞아 화동花童은 누가 하고 축사는 누가 한다는 등 환영회 준비에 한창이었다. 그런데 윔블든 테니스클럽 연회장에서 열릴 교민환영회 초청 명단을 보니 주재상사원 중심으로 영우회원들이 다수였고 교민회는 찬밥이었다. 교민회는 즉각 반발해 행사 준비차 나와 있던 대통령 비서관을 찾아가 따졌다고 한다. 초청된 사람이 이렇다면 환영회 명칭을 '교민환영회'가 아니라 '주재원 환영회'로 하라고 주장했다. <축 전두환 대통령 영국 방문, 영국 주재원 환영회?> 안 어울리잖아. 비서관은 즉각 교민 부부 20쌍을 환영회에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비서관은 한인회든 교민회든 2개의 단체를 두지 말고 하나의 단체로 통합하라고 대사관, 한인회, 교민회 등 참석자들에게 말했다. 당시 군사정권의 대통령 비서관은 서슬이 퍼랬던가. 말이 떨어지자 대사관이 나서서 통합을 독려했다. 한인회 측에서 거부하고 미루다 실질적인 통합 한인회가 만들어진 것은 2년 뒤의 일이다. 어쨌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영국 방문을 계기로 한인회가 통합됐으니 <전두환이 한인회를 하나로 통합했다> 말이 전혀 생뚱맞지는 않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두 개의 한인회를 하나로 통합시킨 최초의 역사가 영국한인회다. 다른 나라에서 한인회 분규가 한창일 때 유일하게 통합된 한인회를 가진 교민사회가 영국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에서 유일한 한인회 분규 지역이 영국이다. 이제 전두환이 아니라 우리가 나설 때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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