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바다에 화장한 유골을 뿌리는 해양장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인천 앞바다가 유명한데 주로 인천대교 안근 특정 부표 주변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항로표지인 부표를 중심으로 해양장이 이뤄지는 것은 유골을 뿌린 지점을 유족이 쉽게 기억하도록 하려는 때문이라고. 이런 해양장을 마련한 업체에서는 주말이나 명절에 유족이 바다에 성묘를 갈 수 있도록 배를 띄운다고 한다.
해양장도 하나의 에코 다잉(eco-dying)이다. 에코 다잉이란 인간의 주검을 자연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환경친화적 장례, 즉 자연장을 말한다. 시신을 화장해 용기에 담지 않고 강이나 산, 바다에 뿌리는 산골장, 지정된 나무 아래에 묻거나 땅에 묻은 후 나무를 심는 수목장 등을 말한다.
에코 다잉이 는다는 것은 한국인의 장례문화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한다는 뜻이다. 우선 에코 다잉은 우선 화장을 한다. 그런데 화장은 원래 불교식의 장례방식이다. 조선 시대 억불숭유정책에 따라 화장을 금하고 매장을 강력하게 시행하던 유교적 장묘문화가 근래 국토이용의 효율성 등을 이유로 자연장을 권하는 추세로 가면서 많이 바뀐 것이다. 실제로 올해 4월 조사에서 응답자의 85.5%가 화장이 매장보다 바람직한 장례방식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장례문화는 한국인의 심성과 사고방식을 장기간 지배하고 있는 중요한 문화로 조사 당시 즉흥적으로 취사선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장이 전통 장례문화였다가 이제 화장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 준다. 화장 후 안치방식에 대해서도 자연장(54.4%)이 봉안/납골(36.1%)보다 훨씬 많았다.
다시 말하지만 자연장은 친환경적이다. 앞서 말한 해양장도 해양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결과 유해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힌다.
에코 다잉은 다양하다. 현재 널리 시행되지는 않지만 사체를 매장하지 않고 공기 중에 놓아두는 풍장, 사체의 처리를 새들에게 맡기는 조장 등도 자연장의 하나다. 시체를 유기한다는 의식이 있어 지금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장 인기 있는 자연장은 수목장이다. 수목장은 화장한 뒤 뼛가루를 지정된 수목의 뿌리 주변에 묻고 수목에 고인에 대한 기록을 매달아 추모하는 장묘법으로 1999년 스위스에서 처음 도입됐다. 자연 그대로의 숲이 주는 혜택, 자연스러운 산림 속에서 영원한 휴식을 취하기를 바라는 마음 등이 엮여 이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고가의 분양가, 수목장 부실운영, 불법 산림훼손 등의 문제가 있다. 나무 하나에 보통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는데 산에서 보는 보통의 소나무 정도만 돼도 분양가가 천만 원이고 억대의 추모목이 분양된다니 에코 다잉을 오염시키는 또 하나의 모습이다.
스위스나 독일에서는 수목장이 상당히 일반적인 장례법이다. 특히 독일에서는 유골의 40%가 나무에 뿌려지고 있다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대안적 장묘방법으로 주목되고 있는만큼 올바른 정착과 그를 위한 문제점의 개선이 필요하다. 향수의 대상이자 휴식의 공간인 숲으로 돌아가는 수목장이 에코 다잉의 본질을 흐리고 한낯 과시욕의 장례문화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헤럴드 단상이 뜬금없이 죽음을 주제로 삼은 단상이 됐다. 죽음을 생각하면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키울 수 있다는 말을 쫓아 이번 단상에서 한번 생각해 봤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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