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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스웨덴의 석학인 한스 로슬링 교수가 한국에 와 인터뷰를 했는데 한국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남자와 여자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말을 했다. 스웨덴은 양성평등이 높아지면서 출산율이 높아졌다며 한국도 양성평등 의식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도 가정일을 돕는 남편이 많아졌다는 말에 양성평등이란 남편이 아내와 일을 나누는 수준 이상의 의미라며 전통적인 역할의 파괴, 결혼, 이혼, 동성애에 대해 고정관념을 바꿔야 한다며 결혼에 대한 관념이 유연해져야 육아 부담이 없어지고 출산율도 높아진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그의 말에서 주목되는 것은 고정관념 깨기. 출산율은 인구정책으로 해결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페미니즘으로 해결한다는 그의 생각. 고정관념이란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고 다르다는 생각 없이 모두를 그냥 뭉뚱그려 생각하는 것인데 이걸 깬다는 건 말보다 어렵다. 아니 그 무엇보다 어렵다. 그러고 보니 오늘 성당에서 신부님이 고정관념에 관한 재미있는 일례를 강론했다. 여기 옮겨본다. 

 

누구나 선망하는 회사의 면접시험, 면접관이 물었다. 이런 경우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비가 몹시 내리는 날 나는 자가용을 몰고 가다 버스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세 사람을 본다. 한 사람은 몸이 약한 노인, 그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힘든 모습이다. 당장 병원으로 데려가야 할 처지다. 두 번째는 의사, 그는 과거 내 생명의 은인이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 그를 태워 모시면 나는 생명의 은인에게 은혜를 갚는다. 마지막 사람은 내 이상형의 여인, 늘 꿈꾸고 사모하던 여인이다. 지금 여기서 그녀를 놓치면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할 수 없다. 그런데 나는 이 세 사람을 모두 태울 수 없다. 한 사람만 선택해야 한다. 과연 나는 누구를 선택할까?> 그 회사에 취업한 이의 모범 답안은 <자동차 키를 의사에게 주고 노인을 태워 빨리 병원에 데려가게 하고 나는 내려서 여인과 함께 버스를 기다린다.>였다. 고정관념을 깨는 답이다. 내가 내린다는 고정관념을 깬다는 것, 이게 진짜 쉽지 않다. 혹 성당 신부님의 강론이 이토록 재미 있냐, 이 순간 신부님에 대한 엄숙하기만 한 고정관념이 깨지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허니버터칩이라는 달달한 감자칩은 고정관념을 벗어난 맛으로 인기를 끌었다. 감자칩은 짜다는 관념을 버

리자 대박이 났다. 일본의 '합격 사과'도 그렇다. 1991년 가을, 일본 아오모리 현에서 태풍으로 익어가던 사과가 대부분 떨어져 못쓰게 됐다. 90%가 떨어졌다. 그때 누군가의 역발상. 90%가 떨어졌으니 10%는 달려있다. 태풍을 이겨낸 10%의 사과. 정성스럽게 포장해 ‘합격 사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태풍도 이겨낸 사과, 떨어지지 않은 사과, 10배의 값으로 나왔지만 수험생이라면 너도나도 합격 사과를 샀다. 지금 누구나가 좋아하는 사파리 투어도 동물과 사람의 역할을 바꿔보자는 고정관념의 파괴에서 나왔다. 동물원의 철장을 없애고 사람이 탄 버스에 철장을 다는 역발상.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고정관념의 포로가 되어 있다. 특히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은 더 독하고 나쁘다. 어느 지역 출신과는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에는 사돈 안 맺는다, 어떤 혈액형은 밴댕이 속이다, 흑형들은 글쎄 좀 그렇다, 그런 이는 어떻다, 저런 사람은 이렇다, 등등 참 많이도 근거 없는 확신을 갖고 산다. 단지 "내가 살아 보니까 그래."라는 근거 없는 고정관념. 

 

한인사회도 엉뚱한 고정관념으로 소중한 이들을 놓치고 갈라서고 있다. 기껏해야 4만여 명 사는 영국의 한인들, 남북이든 한중이든 어디 출신이든 그냥 한인이면 될 것을 괜한 고정관념으로 잘못 봐 비오는 버스정류장에서 소중한 이들을 다 놓치는 우를 범하지는 않는지. <비 오는 버스 정류장, 누구를 태울래요?> 오늘 신부님 말씀이 좋았네요.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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