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진정 남자보다 똑똑하다는 건가. 아니면 백번 양보해 적어도 학창시절에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뛰어나다는 것이 진실로 굳어지는 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4개국의 15살 학생들을 조사해 여학생이 전체적으로 남학생보다 성적이 약 1년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고 며칠 전 발표했다. 남학생들은 수학에서만 조금 낫고 과학 부문은 비슷, 읽기는 많이 처진다고 했다. 평균적으로 그런데 공부 못하는 부류에서는 그 차이가 심각할 정도로 더 크다고.
물론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는 발달 영역이 달라 남성은 수학과 운동 능력, 공간지각능력이 발달했고, 여성은 언어능력에서 남자의 뇌를 능가한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 OECD 조사도 그런 결과가 나왔으려니 생각했는데 사실은 달랐다. 남학생이 온라인 게임과 인터넷 서핑을 하느라 여학생보다 공부하는 시간이 적어 그렇다고. 남학생이 공부 못 하는 이유는 더 나왔다. 책을 안 읽는다. 재미삼아 책을 읽는다는 여학생은 많아도 남학생은 재미로 책을 읽는 유형이 드물었다. 그래서 <읽기 능력은 모든 학습능력의 기본>이라 <남학생이 읽기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모든 과목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15살 남학생이 어디 그뿐인가. "학교 수업은 시간 낭비다"하는 것은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배 이상. 당연히 교실에서는 더 떠들고. 조사 대상이 OECD라면 이 모든 현상은 한국이나 영국이나 같다는 뜻이다.
여학생의 성적이 좋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여학생을 남학생과 섞지 않고 여학생끼리만 두면 성적이 더 좋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2011년 영국 에섹스대 연구진은 1년 동안 학생들을 임의로 여학생 그룹, 남학생 그룹, 혼성 등 세 그룹으로 나눠 교육을 받게 한 뒤 성적을 조사하니 여학생으로만 구성된 학급의 성적이 다른 두 학급의 성적보다 8% 더 높게 나타났다. 남학생 학급과 남녀 혼성 학급의 성적은 별 차이가 없었다. 한국도 마찬가지. 2011년 고교 학업성취도평가에서도 여고〉남고〉남녀공학 순으로 수능 점수가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여고와 남녀공학 학교 사이엔 평균 10점 차이가 났다. 이쯤 되면 남녀공학 학교에 아들을 보내려는 부모가 있을까.
OECD가 발표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성적이 좋다>는 것은 물론 평균적인 얘기다. 그리고 이번 조사에서 특히 지적한 것은 <학교라는 울타리가 여학생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는 점. 남학생이 게임에 빠져 있을 때 여학생은 숙제하고, 남학생이 수업 시간에 딴짓할 때 여학생의 수업 태도는 좋다. 이렇게 적극적이니 교사는 비슷한 능력의 여학생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준다는 것이다.
그래도 "성적의 결론"은 "노력에 따른 성과"다. 지능? 과학자들에 의하면 개인에 따라 지능이 30대 초반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예쁜 여자는 머리가 나쁘다>는 따위의 속설을 믿을 사람은 이제 없다. 이번 조사에서도 <성(性)에 따른 학습격차의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했다. <타고난 지능, 자라는 지능>이란 말이 있듯 오락할 시간에 책 읽고 공부하면 당연히 달라지는 게 성적이다. 불변의 진리는 늘 단순하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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