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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대한민국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말 70만 명인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가 2024년에는 100만 명, 2030년에는 13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그냥 수치로만 얘기하면 아,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130만 명의 치매 환자가 우리나라에 있다면 전체 국민 20명 중 1명은 치매 환자에 대한 직접 부양 부담을 지게 된다는 계산이다. 20명 중 1명은 환자를 돌보느라 제 일을 제대로 못 한다는 뜻이다. 그 가정에서나 또는 국가로 봐도 손실이 크고 힘든 일이다.

 

 

치매는 가족이 그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돌봄' 부담이 큰 병이다. 실제로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부담이나 내 부모가 치매에 걸리면 어쩌나, 내가 치매에 걸리면 또 어쩌나, 하는 걱정과 부담의 비중에서 보면 치매만큼 우려되는 질병이 없다. 이진석 서울대 의대 교수가 지난해 <치매는 국가의 책임>이라는 칼럼을 썼는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노인에게 어떤 질환을 가장 두려워하는지 물었더니 응답 노인의 44%가 치매를 꼽았다고 한다. 노인에게 암보다 더 무서운 것이 치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 교수는 칼럼에서 <치매는 어머니의 자궁에서 나와 자란 인간이 다시 아기가 되어 가면서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는 병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성장하는 과정은 그 자체가 축복과 기쁨이다. 그러나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는 과정, 특히 아기가 되면서 되돌아가는 것은 그렇지 못하다. 기저귀 갈아주면서 키운 자식에게 자신이 아기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공포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가족에게는 고통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자식 된 도리로 감내하기에는 그 짐이 너무나 무겁다. 부모에 대한 애정은 원망으로 바뀌고, 부양을 누가 할 것인지를 두고 남편과 아내가, 형과 동생이 다툼을 벌인다. 함께 사는 가족은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가족의 삶은 통째로 엉망이 되곤 한다. 치매 환자의 방치와 학대, 치매 환자와 가족의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도 이런 데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지극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국가책임제'를 대선 공약으로 해 지금 발 빠르게 추진하며 6월 말까지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본격 시행하겠다고 말한 것이 무척 반갑다. 치매 환자의 절반은 노인보험 혜택에서 제외되고, 혜택을 받는 사람도 서비스의 양과 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문 대통령이 서울요양원에서 치매 환자 가족을 만났을 때 치매에 걸린 친정아버지를 직접 모셨다는 사람이 <요양원에 로또 당첨처럼 돼서 아들이 대학 간 것처럼 기뻤다>고 말하는 장면은 치매에 대비한 우리 인프라가 지금까지 얼마나 빈약한 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치매에 관한 단상을 쓰려고 맘 먹고 영국의 치매 치료에 대한 자료를 보니 여기도 GP 의사가 치매 환자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고 가족이나 환자 본인이 초기 치매 증상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거부감을 가진 탓에 조기에 발견하고,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조기 치료에 실패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어디든 누구든 같은 마음일 것이다. 내가, 내 가족이, 내 부모가 치매에 걸렸다는 점을 설령 인지했다 해도 이를 인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역일까. 그래서 치매국가책임제가 고마운 게다. 적어도 치매국가책임제가 되면 치매 환자의 자식이 인륜을 저버렸다는 슬픈 뉴스는 없을 테니까.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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