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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3.1운동과 한국 기독교 정신

hherald 2017.03.06 18:44 조회 수 : 1317

 


3.1운동은 고종황제의 장례식에 맞춰 애초 3월 3일에 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당시 임금의 장례식을 소란스럽게 하는 것은 불경스럽다는 의견이 있어서 3월 2일로 하루 앞당겼다. 그런데 1919년 3월 2일은 일요일이었다.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을 보면 기독교인 16인으로 가장 많다. 기독교 대표들이 주일인 일요일은 피하자고 해서 다시 하루 앞당겨 3월 1일로 거사 일을 잡은 것이다. 

 

 

3.1 만세운동과 독립선언은 손병희를 중심으로 천도교계가 주축이 되었지만 기독교계가 더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3.1운동 전에 이미 기독교 내의 독립운동을 탄압한 105인 사건으로 반일감정이 강했기 때문이며 기독교 측 수장이자 교육자이며 민족대표 33인 중 가장 오래 옥고를 치른 이승훈 선생과 같은 강한 의지의 독립운동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3.1운동과 기독교는 인연이 깊다.

 

 

3.1운동 98주년이었던 지난 3월 1일, 탄핵을 반대하는 대규모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이를 본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장 권오륜 목사)는 <민족정신의 상징인 태극기가 휘날렸지만, 실상은 혹세무민의 세력에 의해 3.1정신이 농락당하고 민족정신이 크게 훼손된 집회였다>고 평가하고 성명서를 냈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세력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선동하는 내용이 '계엄령만이 답이다', '빨갱이는 죽여도 돼', '군대여 일어나라'와 같은 파시스트적인 것이어서 기장은 <국권수호와 민권운동의 상징인 태극기가, 친일매국 군부독재의 뿌리에서 자라난 역사의 독버섯을 옹호하는 일에 악용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또한 기장은 구국기도회를 빙자해 탄핵반대 집회를 한 한기총-한교연에 대해서도 <하나님의 의를 이 땅 위에 이루어야 할 교회가 시대와 역사에 희망이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물론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일부 개신교 세력이 한국 기독교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과장되고 이해되는 않는 행동이 태극기 집회 전체 참가자를 평가할 기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도를 넘은 이들의 기독교 모독 행태는 기장에서 말한 것처럼 어떤 준엄한 경고가 필요해 보인다. 대형 십자가를 시위 현장에 끌고 오는 것도 그렇지만 태극기, 성조기에 이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들고 시위 현장에 등장하는 것은 한국 기독교의 정신과는 너무 배치되는 행동이다. 이스라엘의 유대교는 한국의 개신교가 믿는 예수의 존재를 부정한다. 유대교는 유일신 '여호와'를 섬기는 종교로 예수가 여호와의 아들이라는 개신교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의 국기를 들고 나온 것은 종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하긴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등장한 '한사랑선교회'는 이단 시비가 있었던 곳인 만큼 이 세력이 기독교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기장은 성명서에서 <3.1운동 98주년 집회에 교인들을 동원하여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국정농단 세력을 위한 기도회를 개최>한 일부 기독교인들을 <군부독재 시절부터 정교유착을 일삼아온 이들>로 규정하고 <예언자 예레미야 시대에, 민족의 위기 앞에서 ‘거짓을 믿도록' 예언을 팔아먹은 ‘하나냐'> 같은 인물로 봤다. 그래서 기장은 <3.1정신이 담긴 태극기를 더 이상 모독하지 말고>, <3.1정신의 숭고한 뜻 앞에서 깊이 참회하>고 <그리스도의 참된 십자가 복음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1919년 3월 한 달에 만세시위가 848번 있었다. 구속된 이는 9천여 명. 기독교인이 22.4%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예수가 소외된 사람들의 희망이었듯 한국 기독교는 고난받는 우리 민족의 이웃이었다. 기장의 애절한 호소가 가슴에 박힌다.

 

헤럴드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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