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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아직도 박근혜를 지지하는 5%쯤의 사람들이 있다고 치자. 일상을 그려보면 종일 또래끼리 모여 화투를 치다가 저녁에는 TV 연속극 보고, 어느 제품이 정력이나 노화 방지에 좋다고 하면 그 제품만 쓰고, 오늘 화투판에서 내 돈 따간 그 친구를 흉보면서 잠들 것이다. 만만해 보이면 무시하고, 내게 좋은 말은 당연하고, 옳은 말은 절대 못 들은 척하고, 상황이 불리하면 불쌍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이 부류의 사람들은 삶이 몇 가지 매뉴얼만으로 세팅되어 있다. 내게 재미있고 내가 맛있고 내게 이익이 되고 내가 편한 것만 선택한다는 매뉴얼이 세팅되어 있다. 

 

일종의 발달 장애 상태에 있는 이들은 정신 연령이 멈춰 있다. 어린이 상태의 정신 연령에서 정신적 성숙이 멈췄는데 몸은 자꾸 늙어가 어린이의 순수한 정신에 머누는 것이 아니라 미숙한 정신에서 성장은 그치고 저속하고 이기적인 정신만 계속 첨가된 것이다. 노력하지 않았으니 지식은 당연히 없고, 나에 대한 측은함은 무한하지만, 타인을 이용하는 수단으로만 생각하니까 남에 대한 동정심이 없고 정의와 불의를 구별할 줄 모른다. 특히 지긋지긋하게도 이들은 염치가 없다.

 

그 취향에 맞는 꼭두각시가 역시 발달장애 상태에 있는 박근혜였다. 박근혜 의 발달장애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정의한 항문기에 해당하는 항문기 고착 성격 장애다. 혼자 깔끔한 체하다 못해 곳마다(한국의 군부대, 시장실, 전시장은 물론 영국의 힐튼 호텔까지) 변기를 바꿔 놓다보니 '변기 공주'라는 별칭까지 얻은 박근혜는 아직 남은 그의 5% 지지층과 마찬가지로 몇 개의 매뉴얼만 세팅된 삶을 살았다. 그는 상황을 보고 느껴 웃거나 우는 사람이 아니었다. 세월호 당시를 보면 안다. 타인에 대한 동정심 같은 사람의 보편적 감정이 없어 보통의 사람이 슬퍼할 때 같이 운 것이 아니라 그때는 울지 않다가 주변인이 조정해 울어야 할 매뉴얼로 세팅하면 그때 울었다. 그래서 사건 당시엔 안 울어도 한참 지나 기자회견을 할 땐 눈을 깜빡이지 않고도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박근혜를 지지하는 5%는 박근혜와 대화가 된다.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단순 논리의 언어는 이들 대화의 특징이다. 더러 여기에 동조하는 일부는 깊은 뜻이 없는 짧은 말(대전은요? 참 나쁜 대통령)에 무슨 뜻이 있는 양 열광한다. 전여옥이 지적했듯 말 배우는 어린아이들이 흔히 쓰는 '베이비 토크'에 불과한 말인데. 박근혜나 이들이 길게 말하면 우린 못 알아 듣는다. 예를 볼까?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을 차리면 된다는 그런 말이 있듯이 우리의 집중을 자꾸 이렇게 분산시키려는 일들이 항상 있을 거다, 으레. 그게 무슨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의 그 핵심 목표는, '올해 달성해야 될 것은 이것이다' 하는 것으로 정신을 차리고 나아가면 우리의 그 어떤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해낼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셔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의 이 말은 무슨 말인지 아무리 봐도 어려운데 지지층은 알아들었단다. <잘하자는 말이지>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고 조선일보가 극찬했던 박근혜는 지금 여러모로 어둡다. 그녀를 대통령감이라고 국민을 속인 새누리당도 어둡다. 그녀를 조종하며 과실을 챙긴 모리배들도 어둡다. 그런데 잘못은 그들이 했건만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국민만이 오로지 이 어둠을 걱정하고 촛불을 밝힌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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