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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재영한인총연합회가 실로 오랜만에 신임 회장을 선출했다. 신임 회장이 나오기까지의 우여곡절이, 말 그대로 얽히고 설킨 복잡한 사정이 많았지만, 신임 회장의 앞길도 더하면 더할 우여곡절로 보인다는 게 일반적인 우려다. 물론 당사자는 그 정도 난항을 예상했고 이를 헤쳐나갈 혜안이 있으니, 그리고 충분히 해결할 자신이 있어서 그 직을 맡았으리라 믿는다. 이 글의 제목이 달리 <신임 재영한인총연합회 회장님을 위한 단상>일까.

 

 

신임 회장은 이번에 혼자 출마해서 무투표 당선됐다. 그런데 어느 국가나 사회나 조직을 망라해서 가장 바람직한 선거는 '축제가 된 선거'다. 선거에 관련된 모두가 참여하고 모두의 관심 속에 공정한 선거가 순조롭게 진행돼 깨끗한 결과가 나오고 그 과정이 마치 즐거운 축제처럼 열리는 선거. 그런 선거가 과연 있을까 싶은 '축제가 된 선거'. 그런 선거는 잔치다. 뜬금없이 오늘 영국의 한인사회에 그런 잔치가 열리는 선거가 있을 수 있을까, 개인적 기대를 재영한인총연합회 회장에게 전하고자 이번 단상을 쓴다.

 

 

사실 한인회는 그동안 회장이 없어서 문제였던 것이 아니다. 차라리 회장이 있어서 문제였던 적이 더 많았다. 모두가 알듯 영국의 한인사회는 분규 지역이다. 두 개의 한인회가 있어서 분규 지역이다. 분규 지역이면 뭐 어때, 할 수 있지만 분규 지역의 교민들이 입는 피해는 실로 크다. 고국으로부터의 지원이 모두 끊어져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다. 경제적 지원은 물론 없고 교민 중에 누군가에게 상을 주고 싶어도 분규 지역에 사는 교민이란 낙인으로 턱도 없다. 대사관은 분규 지역이란 핑계로 교민에게 무관심해도 된다. 한쪽 편들기 곤란하니까 모른 척하면 된다. 분규 지역의 교민은 혜택이 없지만, 대사관은 편하다.

 

 

인정할 건 인정하듯 지금은 영한회와 재영한인총연합회, 두 개의 한인회가 있다. 어느 쪽이 잘하는지 보고 어느 한쪽을 손들어주겠다는 분들이 원로로 있다 보니 - 원로란 이런 일이 생기기 전에 막을 역량이 있어야 원로요, 이런 일을 만든 말썽꾸러기를 '이놈'하고 혼낼 수 있어야 원로다 - 이런 일이 생겼을 수도 있다. 그런데 더 큰 원인은 제대로 된 리더십이 없는 회장들이 줄줄이 나와 스스로 분열의 길을 재촉한 데 있다. 한인을 상대로 싸움하고 이겼다고 자랑하는 것을 리더십으로 내세우는 한인회가 제대로 될 턱이 있을까. 온갖 잘못은 다 해놓고 마음 떠난 한인들에게 오히려 한인회에 무관심하다고 원망하질 않나. 그리고, 아니, 더 말을 말자.

 

 

각설하고, 신임 재영한인총연합회 회장에게 바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 요구되는 리더십이 바뀌는 만큼 그도 현재 한인들의 다양한 요구를 읽고 그에 맞는 리더십을 보여주기 바란다는 것이다. 한국 지도자의 리더십만 봐도 과거 산업화의 리더십, 민주화의 리더십처럼 시대에 따라 바뀌었다. 지금 한국은 산업화의 리더십으로 밀어붙치는 지도자, 민주화의 리더십으로 투쟁하는 지도자가 요구되는 시대가 아니라 다양성을 포용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라고 한다. 아, 통합의 리더십. 바로 지금 영국의 한인사회에 꼭 필요한 리더십 아닐까. 한인들은 이제 이기는 회장이 필요하지 않다. 이겨달라고 한 적도 없다. 잘해보라고, 화합하라고, 그래서 행복해지자고 회장을 뽑는다. 

 

 

한인회를 통합해 한인사회를 하나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한인회를 영구히 둘로 고착시켜도 나는 어차피 한인회장이었다는 직함만이 필요했는지 진실은 귀하가 보여줄 리더십에 있다. 나는 귀하를 철석같이 믿으며 통합의 리더십으로 곧 '축제가 되는 선거'가 마련될 것을 기대한다. 내 기대가 여느 한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제목을 <신임 재영한인총연합회 회장님을 위한 단상>으로 했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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