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주영 대한제국 공사관이며 이한응 공사의 순국지. 얼스코트 트레보버 로드 Earls Court Trebovir Rd 4번지. 영국에 있는 두 곳의 독립 유적지 중 한 곳인 이곳에 지난달 30일 동판 부착 기념식이 열렸다. 지금은 임대주택 건물인 이곳 입구 문 위에 한글로 ‘주영 대한제국 공사관’, 영어로 ‘OLD KOREAN LEGATION IN LONDON 1901-1905’라고 적힌 동판이 붙었다. 이곳이 과거 주영 대한제국 공사관이었다는 것을 알리는 동판이다.
<나라가 무너지고 민족이 남의 노예가 되면 산다는 것이 욕만 더하고 죽는 것이 낫다> 이한응 열사는 이 유언을 남기고 이곳에서 자결했다. 그래서 이 유적지는 오래전부터 재영 한인들에게는 뜻깊은 장소였다. 다른 독립유공자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영국의 한인사회에서는 이한응 열사를 추모하는 운동이 오래전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1970년부터 한인회관 건립 기금을 모으면서 (외환은행 계좌) 이름을 '이한응 Hall Fund'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회관을 마련하면 '이한응 홀'이라 이름짓기로 했다. 지금의 '한인종합회관'이 원래는 '이한응 홀'인 셈이다.
1993년에는 한인들이 모은 기금으로 만든 이한응 열사 동상 제막식을 했다. 동상을 만들자는 논의는 1980년대 말부터 있었으며 고 채우병 씨가 '이한응 공사 추모사업추진회' 회장이 되어 진행했는데 주낙군 교민회장, 고 장민웅 한인회장 등이 크게 기여했다. 노창희 대사 재임 기간인 1993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을 겸해 제막식을 했는데 지금 주영대사관 입구에 있는 바로 그 동상이다.
이한응 열사를 기억하자는 운동은 크게 두 가지. 열사가 순국한 5월 12일을 영국 한인들의 기념일로 만들자는 운동이 한때 일었다. 기념식을 하고 순국일을 전후한 휴일에 단체로 순국지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또 하나는 해외 독립유적지이면서 열사의 순국지인 옛 공사관 건물에 유적지 기념판을 부착하자는 운동이었다. 영국에는 유명인이 태어난 곳이나 거주했던 곳 역사적 문화적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곳에 블루플라크 Blue Plaque라는 푸른색의 안내판을 붙인다. 런던 도심 곳곳에 약 950개가 있다.
이를 부착하면 옛 공사관 건물이며 독립유적지라는 것을 알리는 이정표가 되기 때문이다. 당시 열기가 뜨거웠을 때 블루플라크 부착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많이 아쉽다. 영국 관청과 지방정부의 승인이 어려웠는지 블루플라크를 달지 못하고 건물주와 협의해 주영대사관이 자체적으로 동판을 제작해 부착했다. 그래도... 그나마 큰 진전이고 의미 있는 일이다. 그마저도 우린 모르거나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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