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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대통령의 실언 "엄마가 좋아하실까?"

hherald 2016.07.04 17:25 조회 수 : 1401

 


벨라루스 사람들이 옷을 벗고 생활하는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여럿 올랐다. 옷을 벗은 것은 대통령의 말을 따랐기 때문이라는데 대통령이 '옷 벗고 일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내용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연설 중 '스스로를 개발하라'고 했는데 발음이 비슷한 '옷을 벗고'로 잘못 말 했다는 것. 이 나라는 두 말의 발음이 비슷한 모양인데 대통령의 실언을 꼬집는 국민들의 누드 퍼포먼스가 동유럽의 소국 벨라루스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말실수 하면 단연 김영삼 대통령이다. 워낙 일화가 많다. "대통령이 되면 강원도의 아름다운 지하자원을 개발해서" 지하자원이 아름답다? "공정한 인사를 척결하겠습니다" 부패 척결이 아니고? "군정종식을 척결하겠습니다" 군정척결이 아니고?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이름을 잊어버려 회의 석상에서 머뭇거리다가 그냥 '차씨'라고 하고, '전봉준 장군'은 '정몽준 장군', 일본의 대표적인 뇌물 스캔들이었던 .'리쿠르트 스캔들'은 '요구르트 스캔들' 이런 식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아이들 앞에서도 실수가 잦았다. 초등학교를 방문해서는 밥을 굶는 어린이 즉 '결식(缺食)아동'은 밥을 구걸하는 '걸식(乞食) 아동'으로 말하고 어느 중학교에서 "일제 때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톨스토이의 '부활'을 읽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톨스토이의 '죄와 벌'도 읽었다”고 말했다. '죄와 벌'은 도스토옙스키가 썼다. 

 

나라 밖으로 가면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의 실언이 유명하다. 오죽하면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2002년 실언 사례를 보도할 정도다. 평화유지군을 의미하는 `피스 키퍼`(peace keeper)를 마라톤 경기 때 기준속도로 달린다는 뜻을 지닌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로, '4천 시간 자원봉사'를 '4천 년 봉사'로 실언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실언보다 철자법이 문제. 'tomorrow'는 그를 가르쳤던 선생님조차 "30년 전에도 그 단어를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계속 'toomorrow'로 잘못 썼는데 지금은 제대로 쓰는지. 우리나라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바치겠습니다'를 '받치겠읍니다'로 표기해 한글도 모르는 대통령이라는 조롱을 들었다. 최근에는 도날드 드럼프가 영어 철자에 약하다. 'honor(명예)'를 'honer'로, 'lightweight(경량급)'를 'leightweight'로 잘못 썼다.

 

박근혜 대통령도 실수가 있지만 간혹 실언에 담긴 내용이 자질이나 인성의 문제로 비화될 정도여서 무척 위태롭다. 가령 규제 개혁을 강조하다가 <모든 규제를 일단 물에 빠뜨려놓고 꼭 살려야 하는 규제만 살려야 한다>는 말했다. 물론 세월호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시기가 맞물린 시점이어서 당연히 희생자들을 떠올리게 했다. <누가 이런 표현을 제안했는지 아니면 대통령 자신이 이런 비유를 쓴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런 식의 표현은 쓰지 않는 게 희생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이 언론과 SNS에 넘쳤다. 

 

며칠 전 박 대통령이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수박 가방을 만드는 어린이에게 "이거 만들어서 누구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어린이가 "엄마"라고 대답. 그러자 대통령이 "엄마? 엄마가 좋아하실까? 이거 너무 쪼그매서 엄마가..." 이런, 분위기를 한 번 죽이더니 수박 가방에 씨를 붙이고 있는 어린이에게 "이건 수박씨 같지가 않은데?"라고 분위기 완벽하게 사살. 동심도 철저히 박살.

 

<따뜻하고 자애롭고, 부드럽고 인자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국정을 이끌어 나가는 대통령>이라고 국민에게 어필한 것은 역시나 선거 전략에 불과했던가. 일반적인 어머니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이러니 인성을 얘기하는 게 결코 무리가 아니다.

정말이지, 이런 대통령. 엄마가 좋아하실까?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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