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TV 퀴즈쇼에서 3주 연속 우승한 남성이 엄지와 검지를 뺀 3개의 손가락을 펴 가슴에 올리는 포즈를 취했다. 손 모양이 OK 사인과 비슷했다. 당사자는 3주 연속 우승했다는 의미로 손가락 3개를 폈다고 했는데 시청자들은 그의 손 모양이 백인우월주의 인증표시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의 페이스북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호가 적힌 붉은 색 모자를 쓴 사진을 찾아낸 네티즌들이 그를 극우주의자로 의심했다. 본인은 아니라고 호소했는데 의구심이 한동안 가시질 않았다.
엄지와 검지를 말아서 동그랗게 하고 나머지 손가락은 모두 위로 펴는 오케이 사인(OK Sign)은 통상 알았다거나 좋다거나 동의한다는 표현이다. 나라, 문화, 언어, 인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해서 한국과 일본에서는 돈을 의미하기도 하고 독특하게 브라질에서는 상대방에게 시비를 걸겠다는 뜻이 있다고도 하나 대부분 긍정의 의미를 표현하는 제스처다. 그런데 이 사인이 최근 몇 년간 백인우월주의 단체가 나쁜 의미로 사용해 요즈음 금지된 손짓이 됐다.
오케이 사인을 아래로 향하면 'W'와 'P'가 나타난다. '백인의 힘' White Power의 첫 글자인 'W'와 'P'다. 2017년 미국 폭력 시위에서 백인우월주의자들과 극우주의자들이 이 사인을 사용했다. 자칭 백인우월주의자로 시위를 주도한 리처드 스펜서는 종종 공식적인 행사에서 이 손짓을 내보이곤 했다. 이후 극우 사이트에서 백인우월주의와 연관돼 사용됐다.
처음 백인우월주의자들은 이 손짓을 하고 만약 과민하게 반응하는 이들이 있으면 악의가 없는 손동작을 괜스레 비난한다고 조롱하려는 구실로 사용했다. 그러다 저 스스로 이 사인에 도취했는지 지금은 아주 진지하게 백인우월주의를 상징하는 표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슬람 사원에 무차별 총격해 51명을 살해한 호주 백인우월주의자 살인마가 법정에 들어서면서 OK 손짓을 한 것이 일례다.
단순 무식한 우월주의자들은 상통하는지 미국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을 찬양하며 OK 손짓을 보내고 있다. 미국 내 폭력 극단주의자들의 온라인에서는 탈레반에 감탄한 사랑의 메시지가 넘친다. 탈레반의 승리를 '조국, 자유, 종교에 대한 사랑'이라고 칭송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옹호한다. 트럼프가 재취임할 수 있게 미국에서도 쿠데타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지경이다. 자기만족의 OK 사인을 우월주의자들끼리 수없이 쏘고 있다.
'다 맞다'라는 뜻의 구어 '올 코렉트 oll korrect'에서 OK가 나왔다는데 우월주의자들의 장난에 그 뜻이 지금은 한참 벗어났다. 이런 손짓조차 이렇게 오염시키나. 극단들의 장난이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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