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멀지 않은 1960년대까지 동남아의 대표적 경제부국은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이었다. 성장 동력도 충분했는데 다 말아먹고 지금은 한국보다 한참 아래 수준인 두 나라의 공통 패착을 찾는다면 나랏돈을 제 돈인양 빼먹은 지도층과 사치병 환자에 불과한 집권자의 아내가 있었다고 할까. 우리가 다른 나라 흉보려니 '제 눈의 들보' 같지만 최근 들려오는 말레이시아 전 총리 가족의 행태를 보니 동남아 퍼스트레이디들의 탐욕을 한번 꼬집고 싶다.
필리핀을 말아먹은 마르코스의 아내 이멜다의 사치는 3천 켤레 구두로 유명하다. - 어떻게 3천 켤레의 구두를 보관하냐고 의심할 필요 없다. 케시앤케리에서 상품 진열하듯 대통령궁 지하방에 놓인 3천 켤레 구두를 영국 사진기자가 촬영했다 - 이 중에는 금이나 은으로 된 구두가 있는 것은 물론 구두에 배터리를 넣어 움직이면 빛이 나는 구두도 있었다고 한다. 한때 유아용으로 인기 있던 불빛 나는 운동화 같은 것으로 지금은 애들도 신지 않는데 1980년대에는 이멜다만 갖고 있었다. 3,500장의 유명 브랜드의 팬티에 원더우먼도 아니면서 방탄 브래지어까지 있었다. 하와이로 쫓겨간 이멜다가 영국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신발을 많이 수집한 것은 필리핀 신발 산업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도 믿지 않는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물러난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아내 로스마 만소르의 에르메스 버킨백 사랑이 남편과 말레이시아 경제를 말아먹었다고들 한다. 비싼 것은 2억 원이 넘는다는 에르메스 버킨백을 색깔별로 사모아(50~200여 개라고 한다) 호주의 한 패션 칼럼니스트가 그녀를 ‘쇼핑의 퍼스트레이디’라고 했다. 집권자의 아내가 이런 소리를 듣는 게 칭찬이 아니다.
영국 노팅엄 대학 유학파인 나집 전 총리는 아버지가 전직 총리이며 말레이시아의 국부로 통한다. 따라서 명망 있는 정치 가문 출신의 엘리트로 총리 초기에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2009년 국영투자기업 1MDB를 세워 2015년까지 6년간 최대 6조4000억 원의 나랏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민이 의혹을 믿게 만든 것은 아내 로스마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총리의 연봉은 약 1억원 정도. 그 외 별다른 수입이 없고 물려받은 재산도 없는데 로마스는 다이아몬드, 명품 가방, 고급 시계를 대량으로 수집, 행사 때마다 번갈아 걸치고 나왔다. 로스마의 아버지는 교사였다. 그녀는 저축한 돈으로 가방과 보석을 샀다고 했지만 타고난 금수저도 아닌 그녀의 말을 믿는 국민은 없다. 나집과 로스마는 재혼이다. 로스마에게는 전 남편과 사이에 낳은 아들과 딸이 있다. 나집에게는 의붓아들, 딸인셈이다. 그 의붓아들의 친구가 말레이시아 금융인 조 로우. 모델 미란다 커의 연인이기도 했던 그가 나랏돈을 빼 자금 세탁하는 총책이었다. 나집과 로스마에게 비자금을 만들어주면서 조 로우도 엄청 빼먹었는지 로스마에게 22캐럿짜리 핑크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선물했다는데 가격이 308억. 이쯤 되면 연인 미란다 커에게 준 90억 원의 보석은 애교다.
꼭 탐욕스러운 이들의 집에는 명품가방에서 돈다발이 ‘우르르’쏟아졌다고들 한다. 이멜다는 남편의 권력을 악용, 16억 달러의 재산을 모아 세계 최고의 갑부라는 말을 들었다. 그녀가 국민에게서 훔친 검은돈을 쌓아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되는 동안 필리핀의 경제는 '우르르' 무너졌다. 말레이시아 전 퍼스트레이디 로스마가 에르메스 버킨백을 사랑하는 것은 그의 자유다. 다만 그 탐욕을 이루려 국민의 돈을 훔치면 안 된다. 퍼스트레이디가 쉬운 진리를 잊으면 자신도 가정도 나라도 '우르르' 무너진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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