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그리운 너에게>는 4·16 가족협의회와 4·16 기억저장소의 엄마, 아빠들이 그 자녀들에게 보내는 110편의 육필 편지를 모은 것이다. 책의 '펴내는 글'부터 가슴을 울린다.
<2014년 4월 16일 사랑하는 아들딸들을 수학여행에 떠나보냈던 엄마, 아빠들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이들을 영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아픔과 슬픔을 간직한 채, 지켜 주지 못한 자식을 가슴에 묻고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하는 엄마, 아빠들은 세월호의 진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세월호의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지내 온 4년, 다시 편지를 씁니다. 우리의 눈물과 슬픔, 용기와 희망을 꾹꾹 눌러 담아 손으로 편지를 씁니다.>
이 책은 <네 번째 봄, 세월호 엄마, 아빠가 부친 110통의 편지>다. 희생자인 학생 이름이 하나의 소제목이 된다. 내용 중 <고우재> 편 일부를 옮긴다.
우재야, 우재야.
아빠는 아직도 널 가슴에 담지 못하고 있구나.
너를, 내 아들을 내 가슴에라도 묻어야
우리 우재가 외롭고 춥지 않을 텐데,
못난 아빠는 아직도 널 아름답게 보낼 수가 없어.
4년이라는 시간이 다 된 지금도, 아직도,
네가 마지막으로 날 만나러 온 팽목항에 머물고 있단다.
아빠는 아직도 우재가 하늘의 별이 되었다는 걸
부정하고 있는 것 같아.
술도 많이 마신단다.
그러면 네가 아빠 걱정에 꿈에라도 나타나 술 좀 그만 마시라고
막 잔소리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면 억지일 테지.
아빠가 미안해.
- 본문 중에서
다른 편지글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어디 하나 손댈 데 없는 아이라던 선생님 얘길 들으면서 왜 그렇게 눈물이 나고 화가 나던지. 이렇게 예쁘게 커주었는데 하늘은 왜 내 아이를 지켜 주지 않았을까. 원망, 한숨, 분노. 가슴에 담기는 게 이런 감정들뿐이었어. 17년의 짧은 삶이 너무 억울하고 너무 아프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엄마라서, 어른이라서 미안해. 나이 먹고 몸집이 크다고 다 어른이 아님을……. 어른이 어른답지 못한 생각과 행동으로, 내 아들딸을 일찍 어른으로 만든 후회가 밀려오는 밤.>, <내 새끼…… 너무 보고 싶다. 만져 보고 싶다. 안아 보고 싶다.>, <별이 된 울 애기 방에 많은 사진들, 유품이 된 모든 것을 만져 보고 울고 닦아 주다 말다 그렇게 이쁜 아들을 그리고 또 그리워한다.>, <우리 눈에 너희가 보이지 않아도, 만져지지 않아도 우리 곁에 있는 거지?>
이 책은 <진심을 꾹꾹 눌러 담고도 부치지 못하는 편지>다. <이 책은 잊혀서는 안 될 이름을 부르고 알리기 위해 기획되었다. 편지들마다 빠지지 않고 담긴 말은 편지를 받는 이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모든 편지를 통틀어 가장 많이 쓰인 문장은 미처 전하지 못한 말, “사랑한다”였다. 그래서 이 책은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 건넬 수 있는 부모들에게 자식을 돌보는 마음과 함께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김진열 독립영화 감독은 이렇게 서평을 달았다. <2017년 한여름. 그날 엄마, 아빠들은 묵묵히 세월호에서 올라온 아이들의 옷을 하나하나 정성들여 세척하고 있었습니다. 3년이 넘도록 바닷속에 있던 교복과 트레이닝복 그리고 속옷들……. 삭을 대로 삭아 형체만 남은 아이들의 옷을 만지며 어떤 마음이었을지 짐작만 할 뿐입니다..>
짐작만 하지만 그래도 잊지는 않아야 한다. 다시 4월 16일, 그리운 너에게...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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