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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영국 신문 기사를 옮기면 교통 관련 기사에 많이 등장하는 기관이 Transport for London, 약자로 TfL이라 쓰는데 우린 통상 '런던 교통국'이라 번역했다. 기차, 버스, 택시 등을 망라해 교통에 관한 이야기에는 이 기관이 빠짐없이 등장하는데 허가에 관한 권한도 쥐고 있어 힘이 대단하다. 이번에 할 얘기는  TfL이 우버 Uber 택시의 영업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브닝 스탠더드의 기사를 빌려 설명하면, 우버 택시는 2012년 런던에서 영업 허가를 받아 운행됐는데 허가가 9월 30일 만료된다. 그래서 이번에 재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TfL은 재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당장 10월 1일부터는 우버 택시가 런던에서 사라진다. 우버 측에서 법적 소송을 통해 항의하면 재심사를 할 수 있다. 21일 내로 재심사를 신청해야 하는데 TfL의 발표가 있자마자 우버는 소송할 것이라 했다. 소송 기간에는 우버가 계속 영업을 할 수 있어 당분간은 우버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TfL은 우버의 재허가를 거부했는가. 표현을 빌리면 <우버가 개인사업자 고용 허가를 내주기에는 '기업으로서 책임성이 부족'하며 운영방식이 '적절치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특히 <우버가 심각한 범법행위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과 운전자들의 전과여부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는 것이 큰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면 운영방식이란 것이 우버가 어플에 등록된 운전자들을 자영업자로 분류해 최저임금, 병가, 휴일 임금 등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고 운전자들의 전과 여부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버가 사용한 운전자 범죄 경력 조회 방법이 적절치 않아 위험한 인물들이 운전자로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TfL은 우버 측에 약 1만3천 명의 우버 운전자의 전과 기록 조사를 TfL이 선정한 업체를 통해 재심사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TfL은 우버가 택시 영업을 하기에는 소속 운전자에 대한 기업의 책임감이 없고, 이용객의 안전을 보장할 조치가 없어 더 이상 운행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재허가를 못 받은 것은 지난 8월 우버를 이용했다가 성폭행을 당한 어느 여성이 우버에 성폭행 사실을 알렸는데 우버 측에서 이를 숨기려 했던 사건이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고 본다. 

 

그런데 런던 블랙캡의 막강한 파워가 우버 재허가 불허에 미친 영향은 없었을까, 하는 의구심은 있다. 블랙캡의 입장에서 우버만큼 불편한 이웃이 있었을까. 일전에 사디크 칸 런던시장이 자기 딸들에게 우버 어플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는 말을 했을 때 낌새가 있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아무 차량과 아무 승객을 연결해주는 방식이 위험하다는 뜻이긴 했지만, 이 말에서 모종의 냄새가 났다. 

 

우버 운전자나 우버를 즐겨 이용하는 이들의 측면에서는 당연히 충격이다. 당장 4만 명의 우버 운전사가 걱정이다. 우버 어플을 이용하는 고객도 350만 명이나 된다는데. 블랙캡의 반값에 불과한 요금으로 편하게 이용하던 우버 고객들이 쉽게 블랙캡으로 갈아탈지. 미니캡 보다 저렴하고 부르면 더 빨리 오는 편리함을 주던 우버 택시는 무엇보다 블랙캡이 전혀 다니지 않는 소위 못사는 동네에서도 쉽게 부를 수 있는 택시였다는 장점이 크다. 블랙캡이 워낙 비싸 '런던에서는 우버가 답이다'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당장 면허를 내주지 않는다는 조치는 글쎄, 나 혼자 주절대는 우버 택시를 위한 변명이라고나 할까.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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