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장애인 남성이 저수지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 10대 청소년들이 구해주지 않고 오히려 조롱하며 그 모습을 촬영까지 한 사건이 있었다. 동영상에는 10대들의 웃음소리와 <너는 결국 죽게 될 거야>, <우린 도와줄 생각이 없어> 같은 말이 녹음돼 있었고 화면 속 장애인은 죽어갔다. 경찰은 이 청소년들을 만났다. '너희들의 행동은 너무나 비인간적이며 잔인한 짓'이라고 비난했지만 다른 사람이 곤경에 빠졌을 때 도와주어야 한다는 법이 없어 이들을 처벌할 수는 없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기자 출신인 그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었는데 긴급 브리핑에 앞서 '난리 났다'며 크게 웃는 모습이 문제가 됐다. 그 모습이 바로 이때까지도 청와대가 사태 파악이 안 된 것 아닐까 하는 의혹을 갖게 만들었기 때문에 문제가 더 컸다. 청와대 브리핑을 준비하면서 크게 웃으면 안 된다는 법이 없어 처벌할 수 없었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가 이번 헝가리 유람선 희생자 구조를 두고 <안타깝다.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이른바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다>라고 소셜미디어에 썼다가 욕을 엄청나게 먹고 있다. '골든타임이 3분이라 구조를 포기하자는 소리냐'라는 욕먹을 줄 몰랐다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인데...
그를 비난하는 것은 안타까운 상태에 있는 사람에 대한 공감 능력의 부재를 탓하는 것이다. 비극 앞에서는 누구나 안타까움을 표한다. 비극을 비극으로 보는 눈, 누구나 가진 그런 시선이 없으면 비극도 자기식의 정쟁거리로 보는 삼류 정치꾼이 남게 된다. 그는 세월호 브리핑에서 웃은 것만 아니라 당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진도 체육관에서 라면 먹는 장면이 논란이 되자 <라면에 계란을 넣어 먹은 것도 아닌데>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 와중에 자리 잡고 라면 먹는 부적절한 처사가 보이지 않고 라면에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것만 보는 시각이 문제가 된다. 세월호 때 한 잘못에 대한 자기반성이 없었던지 계속 이러니 <제발 입 좀 닫고 가만히 있기 바란다>는 다른 당의 논평이 쏟아지는 거다.
앞서 예를 든 미국 플로리다주의 10대들은 그래도 어려서 차라리 철부지라 치자. 그런데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이 없는 이가 사회 지도층 인사랍시고 나선다면, 더욱이 그런 인격의 소유자가 정치인이며 입법자라면 국민은 비통하다. 그들이 오히려 국민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렇다고 민경욱 의원 한 사람의 막말을 두고 한국 사회가 공감 능력을 잃어버렸다고 진단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는 않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얼마나 아플까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로 인해 아픔을 보듬는 소중한 이들의 노력과 정신까지 다뉴브강의 비극으로 수장 水葬 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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