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16일) 초복을 시작으로 이번 주 영국 기온이 제대로 삼복(三伏) 행세를 한다. 영국 정부가 폭염 경보 중 4단계인 적색경보를 발령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만큼 폭염이 심각해 건강한 사람도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특별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의 삼복은 일 년 중 가장 더운 날들이다. 더위에 모두 힘을 제대로 못 쓰는 기간이라 엎드릴 복(伏) 자를 쓴다.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형상인데 가을 서늘한 기운이 내려오다가 여름 더운 기운을 이기지 못해 엎드려 복종한다는 의미다.
사마천의 <사기>에 근거해 삼복은 중국 진(秦)나라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서양에도 삼복 비슷하게 더운 시절을 표현하는 말이 있는데 영어로 'Dog Days'라고 한다. 강아지를 위한 날이나 핫도그 먹는 날이 아니라 별자리와 관련된 표현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사람들은 큰개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 시리우스(Sirius)가 해 뜨기 직전에 보이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더위가 온다고 믿었다. 주로 7월 말쯤이었으니 동양의 삼복과 비슷한 시기다.
너무 더워 힘이 다 빠진 모습을 표현한 속담으로 "삼복지간(三伏之間)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고 했다. 오죽했으면 입술에 붙은 밥알조차 무거울까. 그래서 기력을 보충하려고 예전부터 '복달임'이라고 보양식을 먹었다. 사마천의 <사기>에도 "진 덕공 2년(기원전 676년)에 처음 복날을 만들어 개를 잡아 열독을 다스렸다"는 내용이 나온다. 우리나라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삼복에 얼음을 나눠줬는데 주로 고위 관료에게 오늘날 상품권과 같은 빙표를 주고 얼음을 타가게 했다고 한다. 왕들은 복날에 주로 소고기를 넣은 육개장을 먹었다고 한다.
당연히 서민들은 개장국을 먹었다. 소는 농사일하고 닭은 알을 낳아야 하기 때문에 특별히 하는 일 없는 개가 만만했을 텐데 1990년대 들어 이런 풍습은 많이 사라졌다.
복달임 음식의 원칙은 이열치열(以熱治熱)이다. 개장국도 열기가 많은 음식이다. 또한 삼복에 뜨거운 팥죽을 쑤어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고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많이들 먹었다. 지금이야 당연히 삼계탕이 원톱 복달임 음식이 됐다. 닭과 인삼을 먹고 기운을 얻자고 시작했는데 요즘엔 삼계탕 따라 같은 닭요리인 찜닭, 불닭, KFC 등도 덩달아 복날 특식이 됐다.
영국에 사는 우리에게도 제일 적절한 복달임 음식이 삼계탕 아닐까. 오늘 한인 레스토랑에 가서 삼계탕으로 제대로 이열치열, 더위를 이겨 볼까요?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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